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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첫 비핵화 담판 … 임종석 “성과 있을지 블랭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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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 평양 정상회담] 청와대 속내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18일 오전 평양에서 시작되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 등 세 가지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중 비핵화 문제를 핵심 이슈로 보고 있다.

“순차적으로 설득해야하는 상황 #김정은 수용해도 트럼프 틀 수도” #문 대통령 “낙관적 상황 아니다” #공식 환송식도 생략하고 평양행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세 가지 의제를 소개하면서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가 남북 정상 간 대화의 공식 의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실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 의제는 북·미 간 의제로 다뤄지고, 우리가 비핵화 의제를 꺼내는 데 대해 북한과 미국 모두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중심 의제가 됐고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기대감이 있지만 (우리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실질적 핵 폐기 조치가 선행돼야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 보장을 위한 종전선언이 먼저 이뤄져야만 핵 폐기의 진도를 낼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핵 리스트 단계적 제출’이나 ‘핵 신고 완료 단계에서 종전선언 추진’ 등과 같은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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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재안을 북·미가 수용할지는 장담키 어렵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해 북한은 물론 미국까지 순차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을 설득해 구체적인 선(先) 조치라는 ‘선물’을 받아내더라도 이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회담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 전망이 나오지만, 실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논의 진전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문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나면서 공식 환송식도 생략한 것”이라고 전했다.

임 실장은 “김 위원장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자세히 알고 있어 이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고, 김 위원장의 생각을 (트럼프 대통령이) 듣게 되면 우리가 중재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두 정상이 얼마나 진솔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진전에 대한 합의가 나올지, 그런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구두 합의를 발표할 수 있을지, 모든 부분이 블랭크(blank·공란)”라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청와대는 김 위원장을 설득할 카드로 남북 군사 당국이 조율해온 ‘포괄적 군사 분야 합의서’ 채택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 문제는 미국의 동의 없이도 남북이 독자적으로 진행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군사적 긴장 완화가 실질적으로 합의·타결된다면 그 자체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무력충돌 위험을 결정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이후 이뤄질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데도 아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체가 종전선언·평화협정과 연결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이러한 진전이 종전선언 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은 지난 13~14일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과 감시초소(GP) 우선 철수, 유해 공동발굴 등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 문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군사적 긴장 완화가 비핵화를 추동할 변수라면, 또 다른 공식 의제인 남북 경협은 비핵화의 종속변수에 가깝다. 임 실장은 경협 논의에 대해 “매우 엄격한 제재가 국제사회로부터 취해지고 있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 상당히 뚜렷한 경계가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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