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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상상·아이디어를 '코딩'할 수 있어야 미래형 인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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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광운대(노원구 월계동)엔 학교 울타리가 없고 정문도 별도로 없다. 2016년 준공된 '80주년 기념관' 등 광운대에 속한 건물들은 대부분 왕복 4차로 도로(광운로)에 접해 있다. 학생들은 도로변의 빵집·찻집·편의점·음식점 등을 지나 중앙도서관 등 학교 건물에 들어간다. 중앙도서관은 ICT(정보통신기술)가 적용돼 국내외 대학 관계자도 견학을 많이 온다고 한다. 이 도서관은 지역주민도 등록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안에 지역주민을 위한 별도 열람실도 있다. 이처럼 광운대는 '개방형 캠퍼스'가 특징적이다.

광운대가 개교 80주년을 맞아 지난 2016년 준공한 80주년 기념관. 이 건물 안에 학생과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과 중앙도서관, 강의실, 사무실 등이 있다. [사진 광운대]

광운대가 개교 80주년을 맞아 지난 2016년 준공한 80주년 기념관. 이 건물 안에 학생과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과 중앙도서관, 강의실, 사무실 등이 있다. [사진 광운대]

광운대는 국내 전자공학의 효시인 조선무선강습소를 모태로 삼아 1934년 설립됐다. 정보통신(ICT)에 강한 면모를 유지해왔고 'ICT 광운'을 표방한다. 유지상(56) 광운대 총장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광운대는 모든 신입생이 전공에 상관 없이 컴퓨팅사고, 프로그래밍 등 소프트(SW) 소양 교육을 받아야 졸업하게 한다"고 말했다.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ICT에 접목할 수 있는지,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유 총장은 "자기 상상과 아이디어를 SW에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미래형 인재"라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전자공학과 교수다. 지난 2월 4년 임기로 총장에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문사회 계열도 SW교육을 의무로 받나.
“인문사회 계열일수록 융합 교육이 중요하다. 학생 누구나 인공지능(AI), 기계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컴퓨터적 사고를 배우는 것은 논리적 사고를 배우는 것이다. 컴퓨터에선 논리적 비약이 있으면 아웃풋이 안 나온다. 논리적 사고력이 있어야 요즘 중시되는 협업도 잘한다. 지난해 생긴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소속 학생은 예비 신입생 단계에서 4박5일간 기숙하며 SW를 배운다.”

광운대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SW 지원 대학'으로 선정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7년 산업계관점 대학평가'에서도 정보통신분야(전자통신공학과)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유지상 광운대 총장이 지난달 30일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유지상 광운대 총장이 지난달 30일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광운대는 '광운공대'로도 불릴 만큼 ICT·전자 분야 등에 특화돼 있다.
“전체 학과의 45%가 ICT에 관련돼 있다. 단과대학으로 '전자정보공과대학'이 있을 정도다. 7만여 동문 중 ICT 분야에서 맹약하는 인재가 많다. 스마트폰 분야를 이끄는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 국내 여성 최초로 암호학을 전공한 이영 테르텐 대표, 세계적 반도체 장비기업인 유진테크 엄평용 대표, 스타크래프트 국내 유통을 선도한 한빛소프트 설립자 김영만 비앤엠홀딩스 회장 등이 우리 동문이다.”

코딩 교육용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조립식 로봇 모듈 '모디'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럭스로보'의 오상훈 대표도 광운대 동문(로봇학부 2010학번)이다. 광운대 졸업생 사이에선 ICT 분야 창업 열기가 뜨겁다. 2014년 이후 졸업생들이 로봇 분야 등에서 21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광운대는 2006년 국내 최초로 대학생 로봇게임단 '로빛'을 창단했다. 단원에겐 3년간 전액 장학금을 준다. 로빛은 지난해 국제 로봇대회(IRC)에서 5개 상을 받는 등 로봇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럭스로보 오 대표도 '로빛' 출신이다.

광운대 중앙도서관은 디자인이 세련되고 ICT 시설이 잘 갖춰져 국내외 도서관 관계자들이 견학을 많이 온다고 한다. [사진 광운대]

광운대 중앙도서관은 디자인이 세련되고 ICT 시설이 잘 갖춰져 국내외 도서관 관계자들이 견학을 많이 온다고 한다. [사진 광운대]

취업 대안으로 창업을 독려하지만 대학생 창업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캠퍼스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학교는 물론, 동문, 관련 산업 분야, 지역사회와의 지속적 연계가 유지돼야 한다. 총장이 된 이후 동문 기업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 우리 대학에 IT 분야 교수만 130명에 이른다. 동문 기업에 해당 분야 전공 교수를 연결해 애프터 서비스를 받게끔 해주고 있다. 교수 중에서도 창업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동문·교수·학생의 3각 네트워크 속에서 창업하고, 기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학마다 융합교육을 위해 학과 간 구조조정에 주력하고 있다.
“학과 간 칸막이를 한꺼번에 없애는 것은 어렵다. 대신에 학생들이 전공 학과를 바꿀 수 있는 전과(轉科)기회를 확대하려 한다. 전과를 희망해도 학점 기준(3.5학점)에 걸리는 학생이 많아 현재는 전과 비율이 5% 정도다. 학점 기준을 낮춰서 내 임기 중엔 이 비율을 20%로 끌어올리려 한다. 대학은 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종국적으론 개인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울타리 없는 캠퍼스가 인상적이다.
“광운대역 주변이 도약기를 맞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철도·물류 부지, 그리고 국공유지를 주거·상업·공공용지로 개발하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이 총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광운대 인근이 서울 동북부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와 별도로 우리 대학은 서울시로부터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으로 13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대학의 물적·인적 자원, 공공 자원을 결합해 대학 주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 하며 주거의 질을 높이는 도심재생 사업이다. 이 예산으로 학교 주변 건물을 인수해 학생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대상으로 한 창업보육센터를 열 계획이다. 이제는 대학마다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유지상 총장은

유지상 광운대 총장이 30일 광운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유지상 광운대 총장이 30일 광운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서울대 전자공학과(학·석사), 미국 퍼듀대(박사)를 나왔다. 1997년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됐다. 정보통신처장·정보과학교육원장 등을 거쳤다. KBS 경영평가위원, 차세대방송기술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전자공학 분야 전문가로서 정부 부처, 방송통신위원회의 HD TV, 3D TV의 표준화 작업에 참여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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