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VVIP’ 회원을 못 알아본 호텔 주차 서비스 직원이 문책을 당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VVIP는 이 호텔 모(母) 그룹 회장의 딸이었다.
15일 KBS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A호텔에서 일하던 B씨는 지난 8월 22일 여느 때처럼 호텔을 찾아온 고객에게 주차 티켓을 줬다가 경위서를 써야 했다. B씨가 티켓을 준 고객 중에는 호텔 그룹 회장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A호텔은 주차 용역업체를 고용해 관련 서비스를 맡기고 있다. 이후 B씨는 주차 담당 직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았다.
“VIP 차량, 특히 회장님 일가분들에게 발레 티켓 주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왜 그러죠? 그분이 직접 컴플레인 했답니다. 다들 기본은 숙지들 좀 하세요. 근무자는 경위서 쓰세요.”
이 회장 딸은 호텔 측에 “직원들이 나를 잘 몰라 티켓을 준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고, 호텔 측은 주차 용역업체에 주의를 줬다. B씨는 “회장 딸에게 티켓을 준 것은 실수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경위서를 썼다. 이후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퇴사했다.
주차 직원들의 근무 공간에는 그룹 회장, 그의 세 자녀, 호텔 전직 사외이사와 그 아내 등 이름 7명과 이들 소유의 차량번호들이 적혀있었다. 직원들은 이들이 A호텔을 방문했을 경우 주차 티켓 없이 곧바로 차를 인계받아야 했다. ‘VIP 발레 티켓 발부 금지’는 철칙이었다고 한다.
과거 A호텔에서 일한 적 있는 C씨는 “입사해서 교육받을 때 이들의 차량번호를 다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VIP들에게 발레 티켓을 발부하는 게 금기시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B씨처럼 VIP를 못 알아보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A호텔에서 근무 중인 D씨는 “들어오는 차가 한두 대도 아니고 어떻게 차 번호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겠느냐”며 “직원도 수시로 바뀌다 보니 얼굴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호텔 측은 “용역업체가 티켓 없는 VIP 발레 시스템을 운영한 것”이라며 “우리는 회원 중에 특별히 더 중요한 분을 더 잘해주라고 했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해주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VIP 7명을 선정한 것은 용역업체 측이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용역업체 측은 “VIP 7명 명단 출력은 (여기서) 한 것이 맞다”면서도 “원래 그렇게 해왔던 것을 문서화시켜놓은 것이다. 어떻게 하청업체가 무료 대상자를 정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