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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안동역에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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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호 18면

비행산수 시즌2 ⑫ 마음 허전하거든, 안동 

비행산수 안동

비행산수 안동

2014년 여름, 안동역이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김정희 부역장은 말한다. “버스를 대절해 온 사람들이 역전마당에서 같은 노래를 너댓 번씩 불러요. 흥이 나서 춤도 추고요. 기념사진 찍고 웃고 놀다가고 그래요. 처음엔 영문을 몰랐지요.” 이제는 국민트로트가 되다시피 한 ‘안동역에서’가 그 진원이다. 노래의 원래 제목은 ‘안동시청 분수대 앞에서’였다. 간판을 바꾸고 진성이 취입해 신장개업하며 초대박이 났다. 그 덕에 광장 앞에 노래비가 섰다. 안동을 지나는 하루 스무 번의 열차 중 다섯 번은 플랫폼에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서울 청량리를 출발해 안동이 종착지인 열차들이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 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가사와 달리 안동은 무릎이 빠질 만큼 눈 많은 동네가 아니다. 기대하고 가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남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북쪽은 산으로 막혀 도시는 동과 서로 길게 확장하고 있다. 역은 시내 가운데 쪽 강가에 있다. 지금의 안동역을 볼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 중앙선 개선공사가 끝나는 2년 뒤면 역은 송하동 시외버스터미널 옆으로 옮겨간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브랜드 ‘정신문화의 수도’를 특허청에 등록할 만큼 안동은 어딜 가나 문화유산과 그에 따르는 이야기가 넘친다. 헛제사밥, 간고등어, 소주, 건진국수, 찜닭, 한우… 음식 또한 참하다. 바다와 내륙을 오가는 은어는 한때 안동에서 흔했다. 낙동강이 댐으로 막히며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담수은어가 ‘육봉’인데, 요즘은 이조차 보기 힘들다. 동문동 물고 기식당에서 은어조림과 구이를 낸다. 손님이 가면 그때 곰보냄비에 쌀을 안친다. 밥이 되면 안주인 할머니가 냄비를 들고 와 고봉으로 밥을 담고 누룽지까지 긁어준다.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더니 3년도 더 됐다는 김치를 내온다. 밑반찬에 반해 청국장을 사가고 싶다고 하니 “시끄러”. 그러면 깻잎장아찌라도 사겠다 하니 “안 돼”.

연에 올라 보는 세상은 어떨까. 강 건너 시민운동장에서 하회탈 연하나 띄워보았다.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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