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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수난시대 … 임대사업자 LTV 80%→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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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13 부동산 대책] 대출 옥죄기 

“본인이 살 집을 제외하고는 은행 돈으로 집 사는 것을 금지한다.” 일찍이 없었던 초강력 대출 규제가 등장했다. 다주택자와 일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금지되면서 이들은 당장 14일부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됐다.

2주택 이상 예외없이 대출 금지 #소득 1억 이상 전세보증 안 해줘 #금융권 “대출 줄고 매물 늘어날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은행 돈을 빌려서 본인이 사는 집 이외의 주택을 구입하는 건 막겠다는 것이다. 본인 돈으로 주택을 더 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투기적 수요에 은행이 금융 지원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은행 자금의 주택 투기 전용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 철저하게 실수요자가 은행의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핵심은 역시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금지다. 정부는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에는 규제지역 내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고 명시했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0%’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을 통칭하는 용어다. 다주택자는 사실상 집값이 오르고 있는 전국의 모든 지역 은행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자금을 단 한 푼도 빌릴 수 없다는 뜻이다. 다주택자에겐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다. 철저한 ‘무관용’ 원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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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이 아니다. 다주택자는 의료비, 교육비, 생활자금 조달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는 경우에도 대출 가능액이 줄어든다. 다주택자에 한해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이 10%포인트씩 강화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다주택자의 LTV와 DTI는 모두 40%인데 14일부터는 30%로 낮아진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주택자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세자금 대출 길도 사실상 막히게 됐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민간 기업인 SGI서울보증도 슬그머니 끌어들였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민간기업인 SGI도 (주금공 등의) 기준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조 요청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GI는 금액 제한 없이 보증해 줘 다주택자의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졌던 곳이다. 이곳마저 막히면 다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원천 봉쇄된다.

하지만 실수요자에겐 완전히 대접이 달라진다. 실수요자는 이번 대책에서 다주택자와 정반대 편에 서 있다. 원칙적으로 1주택 보유자 역시 규제지역 내 주택 신규구입을  위한 주담대는 금지되지만 실수요자는 예외다. 이사나 부모 봉양 등 실수요 목적의 추가 구입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 등 예외적으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살다 보면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집 두 채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규제지역 내에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주담대가 금지되지만 실거주 목적인 경우에는 예외다. 대출자가 무주택자이고, 주택 구입 후 2년 내 전입해 실거주 인정을 받을 경우 고가주택의 경우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 보증도 무주택자는 아무런 제한 없이 받을 수 있고, 1주택 보유자의 경우에도 ‘실수요권’인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까지는 전세보증을 받을 수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주담대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개편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고강도 대책”이라며 “대출 총량이 확실히 줄어들 것 같고 매물도 많이 나올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에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건설부동산 부문 수석연구원은 “대출규제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주택가격이 올랐다는 건 대출규제로는 집값을 못 잡는다는 뜻”이라며 “기준을 조금 더 강화한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정용환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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