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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 부진하자 … 부품사 3분의 1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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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 상반기(1~6월) 자동차 부품업체(현대차그룹 계열사 제외)의 경영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경영실적이 악화했고, 완성차 계열사→1, 2차 협력업체 순으로 경영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한 것이다. <중앙일보 9월 4일자 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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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이 13일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닌 자동차 부품회사 가운데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대상 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회사가 31개로 조사됐다. 완성차 업체 계열사가 아닌 중견 자동차 부품사 3곳 중 1곳이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차 계열 뺀 상반기 실적 보니 #매출 4% 줄고 영업이익 반토막 #줄도산 공포에 정부선 현장 조사 #차 산업 전반에 수익 악화 먹구름 #8월 전년대비 일자리 8900개 사라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사 대상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매출액이 3.8%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토막(49.2% 감소)이 났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4개 완성차 업체의 수출과 내수 판매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63개사에 달했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업체는 18개사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기업이 21개사였고, 2년 연속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11개사 가운데 6개사의 적자 폭은 더 커졌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5%로 2007년(3.8%) 이후 11년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2016년 5.5%, 지난해 4.7%와 비교하면 수익성 악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협력업체에 전가되면 더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왔다. 이번 조사 결과로 ‘대기업이 기침하면 중소기업은 감기몸살을 앓는다’는 통설이 실증된 셈이다.

수익성 악화에 따라 고용도 감소해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고용동향 파악이 가능했던 95개사의 총고용은 1026명 줄어든 5만1464명으로 나타났다. 감원을 한 기업은 절반이 넘는 56개사였고, 신규 채용을 포기한 기업도 6개사나 됐다. 한국은행의 업종별 취업유발계수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은 8.6명으로 제조업 가운데 높은 축에 속한다. 취업유발계수란 재화 10억원어치를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직·간접 취업자 수를 뜻한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지난해 7월 40만988명에서 지난 7월 39만1132명으로 줄었다. 산업연구원 측은 “전체 자동차산업의 고용은 지난해 8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7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만1000명, 8월엔 8900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부도 자동차 부품산업의 침체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12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공동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다이나맥·이원솔루텍 등 중견 부품업체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자동차 부품업계의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마치는 대로 추가자금 지원을 비롯해 ▶올해 말 끝나는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연장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 재입법 ▶각종 세제 지원 ▶은행권 대출만기 연장 등 가능한 지원을 모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는 부품산업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꾸지 않은 채 땜질식 처방만으론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오랫동안 대기업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시장이 어려워지면 자생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2, 3차 협력사의 경우 단기간에 생존능력을 키우기도 어렵고 마땅한 정책적 대안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자동차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오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전속거래 관행이 부품업체들의 경영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가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윤정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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