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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통 돋보기

오토바이의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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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오토바이는 꽤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자동차에 비해 저렴하고, 좁은 도로도 손쉽게 다닐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자전거에 보조 동력장치를 설치해 달리려던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다 1869년 프랑스인 미쇼가 증기기관을, 1885년 독일인 다임러가 가솔린 기관을 달아 시험주행을 한 게 각각 최초의 실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활용된 건 1900년 전후다. 이후 1차 세계 대전에서 헌병과 연락병의 교통수단으로 쓰이는 등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인기가 치솟았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오토바이의 인기는 여전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등록된 오토바이(이륜차)만 220만대에 달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오토바이를 타는 행태는 상당히 후진적이다. 도로에서 신호를 무시하는 건 기본이다. 그래서 운전을 하거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 오토바이가 보이면 신호를 위반할 거로 생각하고 방어운전 또는 방어보행을 해야 안전하다.

인도를 마구 내달리는 오토바이도 흔히 볼 수 있다.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고 불안해하는 게 인도를 빠르게 주행하는 오토바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경우는 더할 것이다. 오피스 빌딩이 몰려 있는 지역은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주로 인도를 점령하고 있고, 주택가 주변에선 음식 배달 오토바이의 위세가 대단하다. 마치 묘기를 부리듯 보행자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달리기도 한다. 빠른 배달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는 2만 2000건이나 된다. 사망자도 400명이 넘었다. 이 가운데 오토바이가 인도를 주행하다 낸 사고는 129건이었고, 최근 5년간을 봐도 매년 100건을 훌쩍 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를 줄이고 막을 방법은 경찰 단속밖에 없다. 그런데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인도를 수시로 넘나드는 서울 시청역 주변에서 경찰이 이를 단속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현장 단속이 쉽지 않은 데다, 범칙금(인도 주행 4만원 등)을 안 내려고 도망가는 경우도 많아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단속에 소홀하다면 오토바이 운전자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을 수 없다. 보다 적극적인 단속이 요구되는 이유다. 또 무엇보다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끼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