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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앞서 대국민 설득부터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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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그제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두고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한반도 평화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사업 규모와 기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가 없는 무성의한 자료라고 비판했다. 국회를 존중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비준 동의 요구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비준 동의안에는 내년 북한의 철도·도로 개·보수와 삼림 조성 협력 등을 위한 2986억원의 예산안이 포함돼 있다.

야당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가 국회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한 지 넉 달이 지나도록 어떤 설명도 없었다고 한다. 판문점 선언 자체에도 북한 비핵화 담보와 남북협력에 관한 구체성이 빠져 있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판문점 선언이 비준 대상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가 이달 열릴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갑자기 초청했다가 거절당한 것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국회 존중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국회는 일방통보식이라는 입장이다.

또 판문점 선언 영문본을 둘러싼 논란까지 벌어졌다. 당초 청와대의 영문 번역본에는 연내 종전선언을 위해 다자회담을 적극 ‘추진’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남북이 유엔에 공동 제출한 영문본엔 “남북이 올해 안에 종전선언에 합의했다”고 명시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앞으로 남북 3차 정상회담과 북·미 2차 정상회담 등이 이뤄지면 남북 협력은 봇물이 터질 것이다. 그럴 경우 대북 지원 규모는 수십조원을 넘길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회 비준을 요구하기에 앞서 납세자인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 자칫 판문점 선언의 합의 문항이나 경협 액수를 두루뭉술하게 물타기해 넘긴다면 오히려 국민적 불신을 낳고 역풍만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