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일부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동행 요청을 거절한 데 대해 “거절할 수도 있지만 거절의 이유가 좀 더 우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제4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취재진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들러리니까 안 간다든가 이런 표현을 지도자들이 쓰는데 굉장히 서운하고 아쉽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나 같으면 ‘잘되길 바란다’ ‘다음 기회에 가겠다’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올드보이 귀환이라 할 정도로 충분한 경험을 가진 분들인데, 그분들마저도 들러리, 체통, 교통편의 불편 등을 이유로 말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치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미세한 테크닉을 더 본질인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며 “본체라는 것은 역시 국가적 대의, 민족적 대의를 정치가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다. 그 점에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9명을 평양 정상회담에 초청했다.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대표, 이정미 대표는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손학규 대표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주영‧주승용 부의장도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희상 의장과 두 부의장은 전날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려고 정상회담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총리는 또 18~20일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판문점선언 당시와 국면이 달라졌다. 뭐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평양에서) 2박 3일이면, 상징적인 몇 가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이 총리는 동방경제포럼 전체 회의 시작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 제안한 9개의 다리 구상팀 내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모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 총리는 “올 6월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착실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9개 다리’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제시한 한‧러시아 간 9개 핵심 협력 분야로 조선과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분야를 뜻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