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왼손잡이와 유사하다.”(10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다. 에이즈 등 폐해를 준다.”(11일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국회 인사청문회가 동성애 논쟁으로 뜨겁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연일 '논쟁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다.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는 개인 성적 취향의 문제이기에 법이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자란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동성애는 개인의 기호”라며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전날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동성혼(남남ㆍ여여 부부)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헌법재판관은 최고 상위법인 헌법과 관련된 사건을 최종 판단하는 자리다. 성소수자(레즈비언ㆍ 게이ㆍ양성애자ㆍ트랜스젠더 등)를 포괄하는 ‘퀴어(queer·동성애자)’ 이슈에 대한 후보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발언에 신중하라”며 연일 비판하고 있다.
20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성적 소수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성전환자특별법이 마련되면 좋겠다” 등의 입장(신문 기고 등)을 밝힌 적이 있어서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분위기다.
이날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이석태·진선미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두 후보자가 ‘군대 내 동성애 처벌법’ 폐지를 적극 주장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호모포비아 대통령이냐” 항의받은 문 대통령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장의 이슈가 보수 정부 때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정부에선 주로 국가보안법, 사형제의 존폐 문제 등으로 후보자의 정치·이념 성향을 따졌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선 동성애를 비롯한 ‘퀴어 이슈’가 더 자주 쟁점화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국당 관계자는 “과거 동성애 이슈는 ‘Don’t ask, Don’t tell’(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이라는 식으로 민감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이젠 후보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터라 청문회 질의서에도 관련 질문을 꼭 넣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에서는 ‘동성애 찬반’ 여부를 검증의 새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진보 진영에선 보수 정치권이 최근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ㆍ동성혼 문제를 내세워 후보자를 공격함으로써 지지층(보수 기독교계)을 공고히 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퀴어 축제에 참여해 군 형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혀 보수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관련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대선 토론회 중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후 아르바이트노동조합 등으로부터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는 항의를 받는 등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