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장전입의 역사는 선거판에서 시작됐다. 선거가 닥치면 후보자가 자신의 지역구로 지지자들을 위장전입시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1950, 60년대부터 그랬다. 92년 총선을 앞두고는 경기도 안양시의 26평 아파트에 52명이 주민등록을 두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서류만 보면 1인당 거주 공간이 반 평이었다.
중·고교 평준화가 실시되고 개발이 이뤄지면서 위장전입은 교육과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번졌다. 색다른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무더기 위장전입을 자행한 적도 있다. 2007년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는 무려 8450명을 당진읍에 위장전입시켰다. 4만 명 남짓한 당진읍 실제 인구의 25%를 넘는 숫자였다. ‘인구 5만 명 이상’ 기준을 넘겨 시(市)로 승격하려는 속셈이었다. 군 공무원들에게 목표를 할당하고 실적까지 점검했다. 그러다 발각돼 시 승격은 무산됐고, 민 군수는 벌금형을 받았다.
위장전입이 고위 공직자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건 김영삼 정부 들어서다. 김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재산을 공개했고 장관들이 뒤따랐다. 그 과정에서 박양실 보건사회부 장관이 자녀를 위장전입시켜 가며 부동산 투기를 한 게 들통나 취임 10일 만에 물러났다. 2000년대 들어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뒤에는 김대중 정부 때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이명박 정부 시절 신재민 문체부 장관 후보자 등이 위장전입 의혹으로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부 문제가 됐으나 대체로 위장전입에 대해 청문회는 관대한 편이었다. 상당수 장관 후보들이 위장전입을 저지르고도 사실만 공개됐을 뿐 사과하고 넘어갔다.
그렇다고 해도 위장전입은 분명한 범법 행위다.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공소시효는 5년이다. 지난해 국민 151명, 2016년에는 195명이 위장전입했다가 행정안전부에 적발돼 고발당했다. 미국도 위장전입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1급 문서 위조죄’ 등을 적용해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미국은 좋은 공립학교에 가려고 주소를 옮기는 ‘교육용 위장전입’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요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논란이 뜨겁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기영·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놓고서다. 이들을 검증한 청와대와 대법원은 큰 문제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장전입 때문에 고발당하고 처벌받는 일반 국민도 수긍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형평성’을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이기에 떠오른 생각이다.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