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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간단한 아베 총리의 필승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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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승욱 기자 중앙일보 정치국제외교안보디렉터
서승욱 일본지사장

서승욱 일본지사장

20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도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략은 간단하다. 상대 후보가 뭐라든 5년8개월간 쌓아온 자기 실적만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가고시마 시민회관에서 열린 국정보고회도 마찬가지였다.

가고시마산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아베 총리는 “올해는 메이지 150년, 오늘 밤도 (NHK 주말 드라마) ‘세고돈(西鄕ドン·가고시마 출신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이고 다카모리의 애칭)’ 보실 거죠? 삿초동맹, 삿초가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이 넥타이를 맸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새로운 시대’나 ‘역사의 큰 전환점’은 3연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가고시마(사쓰마)를 찾은 야마구치현(조슈) 출신 아베 총리가 메이지 유신을 주도했던 ‘삿초(사쓰마+조슈)동맹’처럼 제2의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키자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그다음이었다. “6년 전 (민주당 정권 때는) 엔고 때문에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경쟁에서 졌다. 제작 거점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하청 기업은 문을 닫았다. 민주당 정권에선 ‘어차피 성장은 못 한다’ ‘성장 안 해도 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5년간 일본 경제는 11.8% 성장했다. (민주당 정권 때는) 50만 명의 정규직이 직장을 잃었지만 최근 5년간 정규직이 78만 명 늘었다. 800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800만 명을 넘었다.”

굳이 “표를 달라”고 하지 않아도 과거 정권의 실패와 자신의 실적을 대비시키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아베 총리처럼 “대한민국은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그랬듯 전 정권도 강하게 비판했다. “압축성장의 그늘이 짙어져 국민의 삶을 짓눌렀다.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성장의 동력마저 잃게 됐다” “특권과 반칙이 난무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사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경제와 관련해선 “공정과 상생의 경제, 다 함께 잘사는 경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엔 아베 총리에 비해 집권 기간이 짧아서인지, 아니면 여당 사람들 말대로 전 정권이 쌓은 적폐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인지 경제 실적과 관련된 언급은 별로 없었다.

다음엔 다 함께 잘살게 된 대한민국의 성적표를 문 대통령이 줄줄이 언급하며 아베 총리보다 더 신나게 자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민이 바라는 건 적폐청산이 전부가 아니니까.

서승욱 일본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