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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하는 'AI'···고2가 이틀만에 만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살 고등학생이 시각장애인에게 보도와 차도를 구별해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발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도 화성 동탄고등학교 2학년 김윤기(18) 학생.

동탄고 김윤기 학생, 보행로 인식해 알려주는 AI 개발 #보행길 영상 찍어 AI에 학습, 영상자료 축적이 관건 #

"화면을 인식하는 AI가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기본 AI세팅은 구글이 2015년 오픈 소스로 공개한 텐서플로우(Tensor Flow)를 채택했다.

김군은 최근 이틀 동안 18시간을 투입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자전거를 타고 촬영한 영상을 AI가 학습해 자전거의 앞길은 안전한 보도로 그 외에 아스팔트가 놓인 옆길은 차도로 구별해 음성으로 알려준다는 것.

초기 버전이라 아직 불완전하지만 이 원리를 AI에 적용하니 생각보다 학습 속도가 빨랐고 숙련된 개발자들도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인공지능연구원에서 AI 비전담당 연구를 맡고 있는 이광희 박사는 "짧은 개발 기간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며 "최근 의미 단위로 사물을 구별해주는 시멘틱 분할 기술을 적용하면 더 정확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AI가 가장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기술을 개발한 발상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김씨가 10일 국내 AI 개발자들의 모임인 '텐서플로우KR'에 관련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뒤 중앙일보는 김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등교 시간과 점심 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김윤기 학생이 제작한 인공지능 영상 중 일부를 움짤로 만들어봤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지점이 인공지능에 인식하는 도보인데 상당히 정확하다.[영상 김윤기]

김윤기 학생이 제작한 인공지능 영상 중 일부를 움짤로 만들어봤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지점이 인공지능에 인식하는 도보인데 상당히 정확하다.[영상 김윤기]

올해 초 부모님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던 김윤기 학생의 모습. [사진 김윤기]

올해 초 부모님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던 김윤기 학생의 모습. [사진 김윤기]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나.
"AI는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게 왜 시각장애인을 위해 쓰이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문득 방법이 생각났고 이틀 동안 밤을 새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위 영상은 직접 촬영한 것인가.
"자전거를 타고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작업은 그 영상을 바탕으로 집에서 AI에 학습을 시킨 것이다. 6초 정도 영상을 AI가 학습하는데 10분 정도가 소요됐다."
프로그램 원리가 간단하다고 하든데.
"자전거는 안전한 길로 다니지 않겠나. 보도로 다닌다는 전제하에 자전거의 앞길은 안전한 보도라 설정하고 자전거의 옆길은 위험한 차도로 생각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자료가 축적되면 인도와 차도를 보다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아스팔트와 보도블록도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상 자전거가 인도로 다닐 수 없기에 도보로 촬영한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프로그램이 실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AI가 화면에서 초록색이 많은 부분을 인식해 시각 장애인에게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을지 알려줄 수 있다. 일종의 안내견 역할을 한다고 할까. 물론 아직 초기 버전이다."
김윤기 학생이 작성한 시각장애인용 AI프로그램 개발도 [사진 김윤기]

김윤기 학생이 작성한 시각장애인용 AI프로그램 개발도 [사진 김윤기]

본격적으로 개발한다면 상용화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오픈 소스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촬영 등 프로그램 제작에 동참해주신다면 빠르면 3개월 내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기술이 있다고 해도 (규제 등으로) 바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언제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됐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점과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정말 큰 것 같다."
한국에서 프로그래밍을 하면 어려운 점이 있나.
"한국에서는 개인이 빅데이터를 사용하고 싶더라도 기업이나 단체가 아니라면 제공받기 어렵다. 한식 빅데이터를 활용해 앱 개발을 하고 싶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하자고 말은 많은데 실제 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윤기 학생이 언젠가 창업하고 싶다며 직접 디자인까지 한 라이프 코드 로고. 회사 로고 아래 '더 나은 삶을 위해(To the better lif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김윤기]

김윤기 학생이 언젠가 창업하고 싶다며 직접 디자인까지 한 라이프 코드 로고. 회사 로고 아래 '더 나은 삶을 위해(To the better lif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김윤기]

창업과 대학 진학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더 배워야 할 게 많다. 또 부모님도 가라고 하셔서 우선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다. 부모님은 공부와 개발 모두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 꿈은 '라이프 코드'라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코딩을 하는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 코딩을 통해 내 문제도 해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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