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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경주마 경매장 가보니…”혈통·나이 보고 목 유연성부터 체크"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에서 한 마주가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에서 한 마주가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경주마 전용 경매장. 370석 객석이 절반 이상 들어찼다. 말을 판매하려는 생산자, 말을 구입하려는 마주와 조교사, 한국마사회 관계자 등이 자리를 채웠다. 이곳은 지난 2011년 한국마사회 제주목장 내 3050㎡ 부지에 지상 2층(1283㎡) 규모로 지어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경주마 경매장이다.

9월 경매 나이찬 말 상장돼 낙착률 저조 #역대 최고가 한마리에 2억9000만원 달해 #국내 톱 씨수마 메니피 몸값 100억원 넘어

지난 3~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의 현수막 최충일 기자

지난 3~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의 현수막 최충일 기자

경매가 시작되자 경매사의 안내와 함께 전광판에 부마(父馬)는 록하드텐, 모마(母馬)는 포스파워인 1번마의 시작 가격이 찍혔다. 시작가는 2000만원. 외국경매 참여자들을 위해 1만8281달러라는 원-달러 환산금액도 함께 올라 있다. 경매사 아래로는 1번마가 조교사와 함께 걸어나와 몸매를 뽐낸다. 하지만 이 말은 경매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유찰’ 됐다.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 질주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 질주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 질주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 질주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 질주 현장에서 한 조교사가 말들의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 질주 현장에서 한 조교사가 말들의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번 경매에서는1번마 뿐 아니라 대부분의 말이 외면을 당했다. 93두의 상장마(2세마 89두, 0세마 4두) 중 22두만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13년동안 가장 낮은 23.9%의 낙찰률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번에 나온 대부분의 말들이 나이가 찬 2세마여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갔다. 같은 2세마라도 갓 2세가 된 말과 3세에 가까워진 말 간에는 차이가 난다. 마주이자 생산자로 경매장을 찾은 박성구(79)씨는 “경주마는 부모의 혈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나이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이번 경매는 다른 경매 때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말이 안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에서 유찰된 말의 번호를 벽에 붙이는 행사 관계자.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에서 유찰된 말의 번호를 벽에 붙이는 행사 관계자. 최충일 기자

전날(3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200m 전력 질주 브리즈업(Breeze up) 평가 자리에서도 마주와 조교사들은 “이번에 상장된 2세마 중 크게 눈에 띄는 말이 없는 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브리즈업 중간 현장에서 만난 부산경마 소속 방동석(51)조교사는 “목이 뻣뻣한 말은 잘 뛰지 못해 목의 유연함을 위주로 보고 있는데 아직은 눈에 띄는 말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경마 소속 심승태(40) 조교사도 브리즈업 기록을 위주로 말을 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덜했고, 낙찰률도 떨어진 것이다.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앞서 조교사들이 말들을 조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앞서 조교사들이 말들을 조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앞서 조교사들이 말들을 조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앞서 조교사들이 말들을 조련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번 경매와 달리 최고 수준의 2세마는 매년 초 경매에 상장된다. 한번 경매에 나온 말은 재상장 될 수 없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매년 초 경매에 자신이 키운 최고의 2세마를 내놓는 경향이 있다. 또 연초 나오는 2세마와 함께 인기를 얻는 말은 성장 가능성을 가득 품은 1세마다. 이번에 함께 상장된 0세마도 시장에서 각광을 받지 못한다. 너무 어려 아직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어서다.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에서 최고가인 6500만원에 팔린 메니피와 러브메도우의 자마.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에서 최고가인 6500만원에 팔린 메니피와 러브메도우의 자마. 최충일 기자

평소보다 관심을 덜 받는 경매현장이었지만 국내 최고의 씨수마 ‘메니피’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이날 최고가를 찍은 찍은 말도 아버지가 메니피였다. 최고가는 6500만 원으로 부마 ‘메니피’와 모마 ‘러브메도우’의 2016년 5월생 자마(암, 21번)가 기록했다.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나선 기수와 말.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나선 기수와 말.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나선 기수와 말.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나선 기수와 말. 최충일 기자

메니피는 마사회가 2006년 37억2000만원을 주고 미국에서 수입했다. 현재는 몸값이 올라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1996년 출생한 메니피는 경마용인 영국산 ‘서러브레드’ 품종의 유명 경주마였다. 미국에서 경주에 11회 출전해 우승을 5회나 했다. 2007년 씨수말로 데뷔했다. 자마들의 성적이 좋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최고 종마(種馬)인 리딩사이어(Leading Sire) 타이틀을 유지했다.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앞서 조교사들이 말을 마사에서 꺼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3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브리즈업에 앞서 조교사들이 말을 마사에서 꺼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도 리딩사이어 타이틀 방어가 유력하다. 메니피의 교배료는 한때 회당 700만원에 달했다. 현재는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기 위해 무료로 보급되고 있다. 씨암말 마주들은 메니피 혈통을 이은 자마 한 마리의 가격이 평균 8000만~9000만원을 호가하기에 700만원을 내더라도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에 있는 메니피의 부마인 스톰캣의 1회 교배료는 5억원에 달한다.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에 앞서 말을 보고 있는 관계자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에 앞서 말을 보고 있는 관계자들. 최충일 기자

한편 국내 최고 경매 낙찰가는 지난 2013년 3월에 기록한 2억9000만원으로 부마 '엑톤파크'와 모마 '미스엔텍사스'의 자마다. 이듬해인 2014년 3월 국내 최고 씨수마 '메니피'와 암말 '제니튜더' 사이에 태어난 2살짜리 수마가 2억 9100만 원에 낙찰돼 그 기록이 깨지는 듯했으나 경매 직후 말 상태에 하자가 발견돼 기록으로 남지 못했다.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에 앞서 말을 보고 있는 관계자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에 앞서 말을 보고 있는 관계자들. 최충일 기자

제주도 내 말 사육 두수는 지난해 기준 1만5177마리다. 전국 말(2만7210두)의 55.8%를 차지한다. 제주도 내 말 사육 농가는 804개 농가다. 전국 농가(2146개)의 39.4%가 제주에 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렛츠런팜 제주가 지난 1998년부터 매년 경주마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무료 교배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가의 고소득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교래리의 경주마 전용경매장에서 열린 2세마 경매 현장. 최충일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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