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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 논문대필 의혹 샀던 교수, 10년 뒤 구속 왜?

중앙일보

입력

동아대 태권도학과를 압수수색하는 경찰. [사진 부산경찰청]

동아대 태권도학과를 압수수색하는 경찰. [사진 부산경찰청]

문대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대필 의혹을 샀던 전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 김모(46)씨가 지난달 말 구속됐다. 김씨는 동아대 교수 재직 당시 부정 채용과 찬조금 등 7000만원을 갈취하고 재학생을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와 범행을 공모한 동아대 태권도학과 권모(42) 교수도 함께 구속됐다.

동아대 태권도학과 김 모 교수 #교수 채용 관여, 7000여만원 갈취 #골프채로 학부생 상습폭행 의혹도

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김씨와 권 교수는 2012년 10월 A씨(39)에게 금품을 받고 논문 실적을 부풀리고, 다른 경쟁자의 지원은 포기하도록 강요하면서 A씨를 교수로 채용했다. 이들은 박사학위 논문 심사 대가로 편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각종 대회의 찬조금 명목으로 추가로 현금을 뜯어냈다. 또 무기계약직인 운동부 감독을 상대로 계약유지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 재학생의 장학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렇게 갈취한 금액은 7000여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금품 갈취 외에 골프채로 학부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김씨와 권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 공갈, 특수상해, 증거위조 등이다. 부산경찰청 김상동 광역수사대장은 “공소시효 문제로 2012년 이후 범행에 집중했지만, 이들의 갑질은 10여년 넘게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며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셈”이라고 말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가 2012년 4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돼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돌아가다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가 2012년 4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돼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돌아가다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김씨는 2012년 문대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이 논란이 됐을 때 대필자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김씨는 2008년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당시 교수 채용 심사위원으로 문 전 의원이 참여했다. 김씨와 문 전 의원은 용인대 체육학과 석사과정 선후배 사이다. 문 전 의원이 2005년 이후부터 박사학위를 받은 2007년 8월까지 발표한 7개 논문 중 5개의 공동저자가 김씨다.

문 전 의원이 국민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시 제출한 ‘12주간 PNF(고유수용성 신경근 촉진법·스트레칭 같은 운동 및 치료법) 운동이 태권도 선수들의 유연성 및 등속성, 각근력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 원저자 역시 김씨다. 김씨는 2006년 10월 ‘한국스포츠리서치’에 <4주간 PNF 운동이 무산소성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운동 기간을 4주에서 12주로 바꿨을 뿐 논문의 상당 부분이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당시 김씨와 문 전 의원은 ‘논문 연고’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문 연고’란 학문적 능력이 없는 스포츠 스타의 논문을 대신 써주는 대가로 대필자도 교수직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김씨가 (동아대) 교수로 채용되기 전부터 문대성의 석사학위 논문, 그리고 교수 임용을 위한 실적 쌓기 논문에다 박사학위 논문까지 대필해줬고 그 대가로 교수로 임용됐다”며 “김씨가 2006년 동창 모임에서 문대성 교수 논문을 대필한 대가로 동아대 교수로 채용됐다는 말을 했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최 평론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최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부산일보가 2012년 4월 보도한 ‘동아대 태권도과 임용 총체적 비리’ 기사 역시 허위보도가 아니라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동아대 태권도학과를 압수수색하고 나오는 경찰.[사진 부산경찰청]

동아대 태권도학과를 압수수색하고 나오는 경찰.[사진 부산경찰청]

김씨로 시작된 동아대 태권도학과 비리 수사는 학내에서 전방위로 번졌다. 그 결과 동아대 태권도학과의 유일한 정교수인 박모(63)교수의 범행까지 드러났다. 지난 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박 교수는 시간강사에게 박사학위 취득 논문 대필을 강요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박 교수는 2016년 동아대 대학원장을 역임할 정도로 학내에서 권위를 인정받았다. 박 교수는 각종 학술대회에서 상을 여러 차례 받았고, 1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한국체육학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번 수사로 동아대 태권도학과 정교수, 부교수가 동시에 경찰에 입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6명으로 정교수 1명, 부교수 1명이다. 조교수 4명이 당분간 학과 수업을 도맡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부산경찰청 이복상 지능범죄수사팀장은 “동아대 태권도학과 내 비리가 10여년 가까이 이어져 왔지만, 학내 구성원 중에 이를 신고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며 “교수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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