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노년 남성도 4년 이상 담배를 끊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남성 4만6140명을 대상으로 평균 7.11년 간 추적 연구한 성과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임상ㆍ중개 신경학회보에 게재됐다.
4년 이상 장기금연자, 알츠하이머 발병위험 15% 낮다
연구팀은 먼저 흡연 습관의 변화에 따라 조사 대상을 분류했다. 1차 건강검진(2002~2003년)과 2차 건강검진(2004~2005년)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 계속 흡연자 ▲ 장기 금연자(4년 이상) ▲ 단기 금연자 (4년 미만) ▲ 비흡연자 4개 그룹으로 조사 대상을 나눴다. 이후 2006년부터 2013년까지 1인당 평균 7.11년, 총 32만8274시간의 장기 추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계속 흡연자보다 장기 금연자와 비흡연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눈에 띄게 낮은 것이 확인됐다. 장기 금연자는 계속 흡연자보다 14%, 비흡연자는 19% 치매 발병 위험도가 낮았다. 단기 금연자도 13% 치매 위험이 감소했다.
치매의 대표적 유형인 퇴행성 뇌질환 알츠하이머의 경우도, 장기 금연자는 15%, 비흡연자는 18% 위험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금연자는 8% 감소했다.
혈관성 치매에서 가장 큰 감소율...치매 위험률 32% 떨어져
금연으로 가장 뚜렷한 치매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은 뇌혈관 질환으로 뇌 조직이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였다. 장기 금연자의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은 계속 흡연자보다 32% 낮았다. 이는 단기 금연자 그룹의 19%, 심지어 비흡연자 그룹의 29%보다 낮은 수치다.
박 교수는 "흡연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항산화 방어 시스템의 약화를 불러일으키고 세포 손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며 "장기간 대규모 추적연구에서도 흡연과 치매의 연관성이 드러난 만큼, 치매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금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연구진은 계속 흡연자들은 타집단에 비해 체질량지수(BMI)와 혈압이 낮고, 운동을 적게하며 술을 많이 마시는 특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