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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계가 보는 소득성장…"정책 가성비 낮고 부작용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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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은 정체된 채 최저임금 인상, 가계 부채 증가가 겹치면서 부작용을 초래했다.”

김경수 한국경제학회 학회장 인터뷰 #"고용·경제 활력 높이는 대신 정부와 납세자 부담 높아져" #최저임금 인상, 가계 부채 증가 겹치며 부작용 불러

올해 3월부터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은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고용과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정부와 납세자 부담만 높아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특정 부문을 타기팅하는 ‘분배 중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정책의 가성비도 낮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주도 성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대침체기를 겪으면서 많은 나라에서 불평등이 심화했다. 이런 시기에 ‘불평등이 경제를 침체시킨다.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높여 수요를 창출하자’는 견해가 나왔다. 소득주도 성장도 이런 맥락이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델이 되려면 생산성 향상과 실질임금 증가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문제는 생산성 증가가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한국경제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이 서울 성균관대 다산경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경수 한국경제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이 서울 성균관대 다산경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생산성 측면에서 기업 간 격차도 크다. 그는 “올해 3월 한국은행 연구보고서(‘우리나라 기업 간 생산성 격차 확대의 배경과 총 생산성 및 임금 격차에 대한 시사점’)를 주목하라”고 했다. 한은은 제조ㆍ서비스업(2만6000곳ㆍ2000~2015년) 기업의 상위 5%와 나머지 95% 사이의 생산성 격차를 분석했다. 상위 5%와 나머지 95%는 근로자 수(12.3배)ㆍ임금(2.4배)은 물론, 매출액(27.3배)ㆍ생산성(11.3배) 면에서 차이가 났다.

김 교수는 “이제는 상위 5%마저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믿는 구석’인 수출 호조도 착시일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그는 “작년부터 좋아진 수출도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해외 경기가 좋아진 데 따른 것이며 자동차ㆍ휴대폰ㆍ기계류 등 산업 경쟁력은 중국 등 경쟁국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주요 제조업보다 훨씬 심각한 건 자영업자 문제”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687만명)는 한국 전체 취업자의 25%여서 절대 작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매우 높은 비율이다. 지난해 기준 외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일본 10.4%, 미국 6.3%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 7월 ‘고용 쇼크’도 뜯어보면 자영업 몰락이 보인다”면서 “사업을 접는 자영업자가 속출했던 게 고용 쇼크의 중요한 이유였다”고 분석했다. 고용 증가는 6월 10만6000명에서 7월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 중 자영업자가 포함된 사업ㆍ개인ㆍ공공서비스 부문은 11만7000명 증가에서 1만1000명 감소로 돌아섰다.

그는 “비임금 근로자(주로 자영업자)가 임금 근로자보다 수입이 낮은 상황에서 2년 연속 두 자리 최저임금 인상(2018년 16.4%, 2019년 10.9%)이 되면 자영업자 타격이 크다”며 “실질 임금 증가율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을 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역시 뜨거운 감자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남아도는 시중 자금을 다른 투자처로 돌리지 못하고 부동산 투기 억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집값이 폭등했고 상승 기대감만 커진 상황이다. 그는 “선진국 등 글로벌 부동산 경기는 하락세인데 서울ㆍ수도권 집값만 오르는 현상은 저금리 기조가 오래 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은 부동산 자체로 끝나지 않고 가계 빚과 맞물려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는 1500조원 가계부채 뇌관까지 건드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의 70%가 주택담보대출이다. 돈이 주택에 묶여 있다 보니 소비를 못 늘리고 허리띠만 졸라맨다.

그는 미ㆍ중 무역 전쟁에 대해 그는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면서 내달 나오는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결과를 주목하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중국 경제는 위축되고 환율이 요동쳐 우리 수출까지 영향을 준다.

우리 경제의 과제로 김 교수는 생산성 향상과 투자 회복 등을 꼽았다. 그는 “독일 인더스트리 4.0, 일본 소사이어티 5.0, 중국 제조 2025처럼 정부가 기술 혁명과 산업 혁신을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용이하게 하고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투자 회복도 선결 과제다. 그는 “설비투자도 줄고 외국 기업 투자가 저조해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1분기 대비 0.6% 늘었지만, 설비투자가 5.7% 줄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2006년부터 연평균 GDP 대비 2.1%)가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0.8%)보다 많은 것도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50%대에 머무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15세 이상)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게 10년 전이고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 취업률도 남성을 앞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산으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육아 부담은 부부 공동의 몫이 되어야 하고 남성 육아 휴직 제도를 강화하는 등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김경수 교수=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산업은행 혁신위원장을 지냈다. 1988년부터 성균관대 경제학부에서 강의 중이며 올해 3월부터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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