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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부터 설사” 메르스 환자 고백에도 그냥 보낸 공항 검역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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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메르스 비상!   (영종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2018.9.9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메르스 비상! (영종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르스 감염 주의 안내문에 스크린에 떠 있다. 2018.9.9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년 만에 국내에 유입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환자가 공항 검역소에서 귀국 전 설사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검역소는 그냥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설사는 메르스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그는 공항 검역소를 통과한 지 만 하루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A(61)씨가 8일 오후 4시께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지난 8월 16일 쿠웨이트로 업무상 출장을 떠났다가 이달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A 씨는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해 두바이를 거쳐 국내에 입국했다.

A 씨는 7일 오후 4시 51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 검역관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했다. 검역법에 따라 중동지역을 방문하고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귀국할 때 이 서류를 내야 한다.

A 씨는 개인정보와 최근 21일 동안의 방문 국가, 최근 21일 동안의 질병 증상 등을 기록한 질문서를 제출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그는 10일 전부터 설사 증상이 있었고,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신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검역 당시 고막 체온계로 측정한 A 씨의 체온이 36.3도로 정상이고, A씨가 호흡기 증상이 없다고 신고를 했다. 설문지에는 설사 증상이 10일 전에 있었다고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검역소는 설사 증상이 있는 A 씨를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다만 귀가 후에 발열 등의 메르스 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담은 메르스 예방 안내문을 전달했다.

귀국 직후부터 설사 증상을 느낀 A 씨는 공항을 나온 뒤 부인과 함께 리무진형 개인택시를 타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A 씨는 이동 중에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증상에 관해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오후 7시 22분 병원에 도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삼성서울병원은 비록 환자 증상이 메르스에 부합되지는 않았으나, 귀국 후 해당 병원에 오는 길에 병원에 전화로 중동 방문력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처음부터 별도 격리실로 안내 진료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진료 뒤 폐렴 증상 등이 확인되자 A 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보고 오후 9시 34분께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9일 오전 환자 A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업무차 쿠웨이트 여행을 다녀온 A씨(61)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18.9.9/뉴스1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9일 오전 환자 A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업무차 쿠웨이트 여행을 다녀온 A씨(61)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18.9.9/뉴스1

이후 A 씨는 8일 새벽 0시 33분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8일 오후 4시께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역소를 통과한 지 불과 24시간 만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A씨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기침 증상이 없었고, 집이 아닌 병원으로 바로 가면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작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공항 검역단계에서 A 씨를 걸러내지 못하면서 격리 대상이 되는 밀접접촉자의 범위는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항공기 승무원, 탑승객에서 의료진, 가족, 택시기사 등으로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의 주요 증상으로 발열, 기침, 호흡기 증상, 인후통, 구토ㆍ설사를 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검역 때는 설사 증상이 있는 A 씨를 그냥 보냈다. 또 삼성서울병원 진료 과정에서 불과 2~3시간 전 공항에서는 없었던 폐렴 등 의심 증상이 발견된 점을 미뤄보면 검역이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쿠웨이트 체류 중이던 지난 8월 28일 설사로 현지 병원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 메르스는 중동 지역에서 낙타접촉 등에 의해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대다수는 병원 내에서 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이런 점을 간과한 점도 뼈 아프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밀접접촉자는 21명에 대해서는 잠복기인 14일 동안 자택ㆍ시설 격리하고 집중 관리할 예정이며, 항공기 동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에 대해서도 해당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하고 증상 감시 등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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