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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추모제’ 참석자들 울게 만든 이금희의 ‘첫 마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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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에서 사회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노회찬 추모문화제에서 사회를 맡은 이금희 아나운서의 이 같은 첫 마디에 참석한 추모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고(故) 노회찬 의원의 49재를 이틀 앞둔 7일 국회 본관 앞 잔디 광장에서는 추모문화제가 ‘그대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랜 지인인 배우 박중훈과 심상정 의원, 이정미 대표, 박영선 의원 등이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이 아나운서는 “많은 무대에 올랐고 꽤 많은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았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사회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힘들었지만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심호흡하고 올라왔다. 그러나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 시작됐다고 한다. 노 의원이 '삼겹살 판갈이' 발언으로 방송 섭외 1순위로 꼽혔던 때다. 당시 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내가 태어나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왔는데 아직은 성공한 게 결혼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해 5월 4일 부인과 함께 ‘아침마당’ 진행자 이금희 아나운서를 만났다.

이 아나운서는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14년 전 건너편 방송국에서 진행자와 초대 손님으로 처음 만났다”며 “여의도동 1번지에 있는 꽤 많은 분을 초대 손님으로 모셨는데, 내 기억으로는 유일하게 진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인연으로 2008년 노원구 선거 현장을 같이 뛰었다”며 “낙선했다. 그날 저녁 선거 사무실에 달려갔을 때 많은 분이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뉴타운 때문에, 해외 유학 어디 다녀왔다는 어떤 사람 때문에”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아나운서는“낙선 사례를 혼자 하게 할 수 없어 아침 일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갔다”며 “하루 종일, 시장으로, 아파트로, 거리로 다니는데, 나는 울었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오늘도 울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약속을 하고 올라왔지만 스스로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아나운서는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분은 사람들을 좋아하셨으니까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셨구나.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오셨구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여기까지 옮기셨구나 하고 반겨주셨을 것 같아서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을 반긴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연신 눈시울을 붉히며 “그는 우리와 지금 함께 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노 전 의원과 함께 걸어온 길을 더 당당하게 거침없이 걸어가겠다”며 “아름답고 유능한 정당으로 도약해 "내 삶을 바꾸는 그런 사회를 꼭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회적 약자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는 진보 정치가 되어달라는 뜻, 더 크고 강한 정당이 되어달라는 그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곧 정의당원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하나가 될 것”이라며 “내년 이맘때쯤 함께 마석에 계신 대표님께 찾아가 인사를 드리기로 하자”고 덧붙였다.

이날 문화제에는 유족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심상정·김종대·추혜선 의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권영길·강기갑 전 의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과 서지현 검사, 시민 170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참석자들은 4·16 합창단, 가수 전인권의 노래에 맞춰 함께 부르기도 하고, 추모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노 전 의원을 기리며 만든 그림과 구두·묵주 등이 추모장 한 쪽에 마련되기도 했다.

노 전 의원의 49재는 오는 9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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