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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새대가리'라고요? 사람 알아보고 9까지 셉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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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입구에서 살찐 비둘기들이 물을 담아두는 '드무'에서 차례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입구에서 살찐 비둘기들이 물을 담아두는 '드무'에서 차례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떻게 평화의 상징이 되었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8일 앞둔 지난 2월 1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평창선수촌에서 열린 개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평화 올림픽을 기원하며 비둘기 풍선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8일 앞둔 지난 2월 1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평창선수촌에서 열린 개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평화 올림픽을 기원하며 비둘기 풍선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예전부터 사람들은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20년 벨기에 앤트워프 올림픽 때 비둘기를 날려 보낸 일이다.
당시 올림픽에서는 이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음을 선언했다.

사실 올림픽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전통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있었다.
비둘기는 경기에 참여한 선수가 승리했다는 것을 멀리 떨어진 고향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전쟁을 중단하고 열린 고대 올림픽, 그리고 비둘기….
자연스럽게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서양의 기독교 전통 속에서도 비둘기는 상서로운 존재였다.
기독교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물고 온 비둘기가 등장한다. 바로 노아의 홍수다. 방주에서 노아가 날려 보낸 비둘기는 홍수가 끝나고 뭍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을 알려줬다.
신약성경에서도 나온다.
예수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왔다.

예수의 세례.(프란체스카, 1449년)

예수의 세례.(프란체스카, 1449년)

국내에서도 비둘기는 1960년대 이후 각종 행사에 동원됐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잠실 주 경기장의 개막식에서 각각 3000마리의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하지만 서울올림픽 때는 방사된 비둘기 일부가 성화대에 앉아 있다가 성화대가 점화되면서 불에 타죽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3인의 점화자에 의해 서울 올림픽 성화가 점화되고 있다. [중앙포토]

올림픽 사상 최초로 3인의 점화자에 의해 서울 올림픽 성화가 점화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촛불로 만든 비둘기 형상을 배경으로 가수 하현우, 이은미, 전인권, 안지영이 'imagine'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촛불로 만든 비둘기 형상을 배경으로 가수 하현우, 이은미, 전인권, 안지영이 'imagine'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실제 비둘기 대신 조명으로 등장했고, 드론이 비둘기 대형으로 밤하늘을 날기도 했다.

한편, 비둘기는 영어로 피존(pigeon) 혹은 도브(dove)로 불리는데, 이름이 달라도 뚜렷이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pigeon은 프랑스어에서, dove는 독일어에서 왔다고 한다.

비둘기는 어떻게 집을 찾는가

발목에 편지를 매달고 있는 비둘기 [위키피디아]

발목에 편지를 매달고 있는 비둘기 [위키피디아]

학명이 콜룸바 리비아(Columba livia ver. Domestica)인 집비둘기가 먼 곳에서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이용해 소식을 전했다.
특히, 스파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몰래 보낼  때 비둘기를 활용하기도 했다.

발목에 편지를 매달아 보내는 비둘기를 전서구(傳書鳩)라고 부른다.
전서구는 서기전 3000년 이집트에서 처음 활용되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전서구를 활용한 통신 성공률이 95%에 이르렀다는 통계도 있다.

전서구는 21세기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2010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청두(成都) 군구가 산악지대에 위치한 부대들 사이에 연락용으로 전서구 1만 마리를 기르기로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비둘기가 지도와 나침반을 몸속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둘기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지구는 커다란 자석이고, 위도나 경도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지는데, 이를 비둘기나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물들이 감지한다는 것이다.
비둘기는 일종의 위성항법장치(GPS)를 타고 난 셈이다.

한때 철분이 많은 부리의 신경세포가 지구 자기장 속에서 방향을 찾아가도록 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철분이 많은 세포는 면역 세포의 일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뇌의 신경세포가 자기장에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둘기가 자기장 외에도 태양 고도나 지구 중력, 후각(냄새), 청각(소리)을 활용한다고 믿고 있다.
비둘기는 0.05㎐ 정도의 초저주파(infrasound)를 들을 수 있는데, 바다에서 치는 파도가 내는 초저주파를 듣고 비둘기가 바다의 위치를 파악해 이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둘기는 특이한 건물이나 강, 도로, 언덕 등을 기억했다가 집을 찾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대가리'가 아닌 똑똑한 새

비둘기가 터치스크린에 나오는 숫자를 부리로 찍고 있다.

비둘기가 터치스크린에 나오는 숫자를 부리로 찍고 있다.

흔히 새들이 머리가 나쁘다며 ‘새대가리’라고 하지만 적어도 비둘기만큼은 그렇지 않다.

비둘기는 붉은털원숭이 등 영장류에 비교될 정도로 똑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프랑스 연구팀은 비둘기가 먹이를 주는 친절한 사람과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의 얼굴을 구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옷을 서로 바꿔 입어도 적대적인 사람을 알고 피했다는 것이다.

또, 비둘기가 숫자를 셀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2011년 뉴질랜드 연구팀은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비둘기가 셋까지 셀 수 있도록 먹이를 주며 훈련을 시켰다.
그 후 연구팀은 비둘기가 몇 개 숫자를 응용해 더 큰 숫자인 9까지 알아맞히는 것도 확인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은 비둘기에게 아기·개·오리·꽃 등 16가지 범주의 사진 128장을 보여주고, 범주에 맞춰 분류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더니, 비둘기가 사진을 성공적으로 분류했다고 보고했다.
어린이가 단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편, 비둘기는 평균 2개의 알을 낳는데, 20일 정도 알을 품는다.
알에서 깨어나면 젖(crop milk) 밀크를 만들어 새끼들을 먹인다. 어미 비둘기가 모이주머니의 벽에서 젖을 분비해 새끼 비둘기에게 먹인다.
이른바 소낭유(鋼囊乳)라고 하는 것이다. 펭귄이나 플라밍고도 이런 젖으로 새끼를 키운다.

비둘기 젖은 암컷은 물론 수컷도 생산한다.
성분은 단백질이 60%, 지방이 32~36%, 탄수화물이 1~3%이고, 칼슘이나 나트륨 등 미네랄과 면역력을 키우는 항체도 들어있다.
비둘기 새끼는 생후 7주가 되면 다른 성체와 구별이 잘 안 될 만큼 자란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다

서울지역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내려간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 박물관 건물 난간 양지바른 곳에 비둘기들이 나란히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역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내려간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 박물관 건물 난간 양지바른 곳에 비둘기들이 나란히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연합뉴스]

비둘기는 10여 년 전부터 ‘닭둘기’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도시 여기저기 버려진 음식쓰레기를 먹고 몸이 비대해지면서 멀리 날아가지도 못한다.
게다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아파트나 빌딩, 고가도로 아래 등에 둥지를 틀면서 배설물로 주변을 지저분하게 하고, 악취를 풍긴다.
깃털을 날리기도 하고, "구꾸 구꾸 구꾸…"하는 울음으로 소음을 내기도 한다.

도시에서 집비둘기들은 1년에 5~6차례 산란하고 번식하면서 숫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2009년 환경부 조사에서 서울에만 3만5000여 마리가 넘는 집비둘기가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후에는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지만, 지금도 서울에 4만~5만 마리의 비둘기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가 늘고 사람과 접촉이 잦아지면서 비둘기가 질병을 옮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비둘기 자체가 기생충을 가질 수 있다.
배설물과 깃털에서는 사람과 가축에게 식중독이나 설사를 옮길 수 있는 세균도 검출됐다.

특히, 도시 곳곳에 떨어진 비둘기 배설물에서 병원성 곰팡이가 자랄 수도 있다.
임영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2014년 1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모두를 포함한 38개 지점에서 비둘기 분변을 채취, DNA 분석을 통해 병원성 진균(곰팡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총 35종의 병원성 진균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23종은 알려지지 않았던 종류였다.
곰팡이는 바로 배설된 분변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오래된 분변에서 검출됐다.

임 교수는 “비둘기 배설물의 곰팡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포자에서 기원했고, 비둘기 배설물은 병원성 진균의 성장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임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국제학술지인 '분자 생태학(Molecular Ecology)'에 게재됐다.

한편, 비둘기는 예전만큼 사랑을 받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자치단체에서 상징종으로 남아있다.
2013년 '생태와 환경'에 발표된 부산대 주기재 교수팀의 논문 '지방자치단체 자연상징물(새, 꽃, 나무)의 다양성과 분포: 생물다양성의 인식도 평가'에 따르면 전국 222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50곳(22.5%)이 비둘기를 상징새로 지정하고 있었다.
이는 까치(55곳)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세계 각국이 비둘기로 골머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의 비둘기 떼.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EPA=연합뉴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의 비둘기 떼.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EPA=연합뉴스]

2007년 영국 리버풀 시에서는 비둘기 배설물을 치우는 데 골치를 앓다가 맹금류를 본떠 만든 로봇 새를 배치하기도 했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현재 뉴욕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청결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엔 문제가 된다.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큰 비둘기 집을 짓고, 거기에 낳은 알을 심하게 흔들어 부화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으로 개체 수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비둘기가 문젯거리가 됐고,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책임을 떠미는 상황도 벌어졌다.
2008년 법제처는 “도심 비둘기는 가축이 아니라 야생동물”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환경부 책임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2009년 비둘기를 유해 동물의 하나로 지정했다.
모든 비둘기가 유해 동물이 아니고.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분변(배설물)이나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상의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일부 지역의 집비둘기가 대상이다.

아파트 베란다의 비둘기 집을 제거한 뒤 판넬과 스파이크를 설치한 모습 [사진 구구가가]

아파트 베란다의 비둘기 집을 제거한 뒤 판넬과 스파이크를 설치한 모습 [사진 구구가가]

비둘기가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망과 스파이크를 설치한 모습. [사진 구구가가]

비둘기가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망과 스파이크를 설치한 모습. [사진 구구가가]

비둘기 퇴치 전문업체도 등장했다.
조류 퇴치 전문업체인 ‘구구가가’의 김윤주 사장은 “주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등에 비둘기 둥지를 제거하는데, 청소하고 접근을 못 하도록 그물을 씌우고, 뾰족한 스파이크를 부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이 업체는 하루에 많을 땐 3~5곳씩 작업을 한다.
고층 아파트에 진행하는 작업은 위험한 편이다. 작업 비용은 20만원 안팎이다.

도시 대기오염 '경고등' 역할도

무더위가 계속되던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비둘기 한마리가 고인 물을 마시고 있다. 도시 비둘기는 사람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기 때문에 오염 지표 역할을 한다. [연합뉴스]

무더위가 계속되던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비둘기 한마리가 고인 물을 마시고 있다. 도시 비둘기는 사람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기 때문에 오염 지표 역할을 한다. [연합뉴스]

도시의 집비둘기는 사람과 동일한 환경오염에 노출된다. 도시의 공기를 숨 쉬고, 음식도 먹기도 한다.
비둘기의 체내에 축적된 오염물질을 측정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오염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오염에 됐을 때 몸이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국내 학계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비둘기 체내 중금속 오염을 조사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3년 서울 한강공원에서 집비둘기 11마리와 알 18개를, 농촌 지역인 전남 함평군 함평공원에서 비둘기 14마리와 알 34개를 채집해 분석했다.

혈액·허파·뼈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유해 중금속인 납 농도가 한강공원이 함평공원에 비해 높았다. 특히 뼈의 경우 납 오염도가 3~4배 높았다.
한강공원의 경우 건조중량 1g당 납이 평균 16.2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는데 비해 함평공원은 4.858㎍이었다.

깃털과 알껍데기에서도 한강공원의 오염도가 높았다.
깃털 속 납 농도는 한강공원이 g당 평균 2.07㎍이었고, 함평공원은 0.692㎍을 보였다.
알껍데기는 한강공원이 g당 0.131㎍, 함평공원은 0.082㎍이었다.

환경과학원 연구팀은 비둘기 깃털을 수집해 중금속 오염도를 모니터링할 경우, 대상 생물을 죽이지 않고도 조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환경과학원은 조사 결과를 '환경오염 지표종인 집비둘기 시료의 부위별 중금속 농축특성 연구'라는 보고서로 발표했다.

보호받는 비둘기도 있다

멸종위기종인 흑비둘기 [사진 환경부]

멸종위기종인 흑비둘기 [사진 환경부]

전 세계적으로 330여 종의 비둘기가 있고, 국내에서도 8종의 비둘기가 관찰된다.

이 중에서도 울릉도와 남해안에 사는 흑비둘기와 지리산 등지에 사는 양비둘기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는다.

문화재청은 흑비둘기를 천연기념물 제447호로, 울릉도 사동의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제237호로 지정했다.
흑비둘기의 학명은 콜룸바 잔티나(Columba janthina)이다.

지난달 강원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에서 학위를 받은 최순규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울릉도에서는 2016년 8월 최대 326마리의 흑비둘기가 관찰됐다.
최 박사는 "실제 울릉도에서는 더 많은 흑비둘기사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독도에서도 번식은 하지 않지만, 흑비둘기가 관찰된다"고 말했다.

흑비둘기는 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데, 울릉도에서는 푸조나무나 후박나무, 섬벚나무 등 총 33종이 흑비둘기의 먹이식물로 확인됐다.

지리산에 사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에 사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난 7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토종 비둘기 양비둘기(낭비둘기) 10여 마리가 지리산 자락에 있는 화엄사·천은사 등 사찰에서 터전을 잡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양비둘기는 2007년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는 관찰됐으나, 2009년부터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에 다시 발견됐다.
학명이 콜룸바 루페스트리스(Columba rupestris)인 양비둘기는 낭비둘기 혹은 굴비둘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1882년 미국 조류학자 루이스 조이가 부산에서 포획해 신종으로 올렸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했으며, 이번에 발견된 화엄사 10여 마리 외에 같은 구례군의 천은사에 2마리가 더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천은사에서는 2011년 5월 처음 발견됐고, 당시에는 16마리가 관찰됐다.

토종 텃새 양비둘기는 전체적으로 회색을 띤다. 머리는 짙은 회색이고, 뒷목과 윗가슴, 가슴 옆은 광택이 있는 녹색이다.
산란기는 5~6월이며, 흰색 알 두 개를 낳는다. 알을 품는 기간은 17~18일 정도다. 먹이는 곡식의 낟알, 곡물 등이다.
집비둘기와 같이 건물에서도 번식하며, 바닷가의 절벽이나 내륙의 바위산, 바위 낭떠러지, 다리 교각에서 번식한다.
아시아 동부와 북부에서 중국 북부, 한국에서 번식하는 종으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서·남해안 해안가에서 소수가 관찰된다.
다른 비둘기와의 경쟁, 천적에 의한 포식, 서식지 파괴 등으로 숫자가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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