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인 코드만 입력하면 ‘가입완료’, 미성년자도 가입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진 검거

중앙일보

입력 2018.09.07 06:00

해외 서버를 통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6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도박에 참가한 사이트 회원 75명도 검찰로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1년 4월부터 7년간 해외 서버에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해 4300억원을 벌어들인 조직원 및 도박행위자 140명을 입건하고, 그 중 사이트 운영진 11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몰수한 현금 31억원. 김정연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몰수한 현금 31억원. 김정연 기자

경찰이 파악한 이들의 총 범죄수익금은 400억~500억원, 몰수한 금액은 131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매매가가 19억원 달하는 강남구의 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5채, 1267㎡(약 382평) 넓이의 제주도 토지, 수입차 18대 등 약 90억원어치의 재산에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했고, 지난 8월 9일에는 주범인 A(43)씨가 지인의 집 지하창고에 숨겨둔 5만원권 현금다발 31억원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장모의 지인 집 창고에 현금 7억 7000만원을 숨겨뒀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는 걸 알고는 자신이 갖고 있던 현금 22억원도 창고에 옮겨두려다가 덜미를 잡혔다”고 설명했다. 5만원권 현금 31억원은 사무실 책상에도 한 번에 쌓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A씨는 이 돈을 아이스박스, 캐리어 등에 담아 테이프로 꽁꽁 감아, 창고를 빌려준 지인은 A씨가 맡긴 짐이 ‘돈다발’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 외에도 사이트 운영진 B(44), C(44)씨 등은 정선 카지노에서 범죄수익금 수십억원을 도박으로 탕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일본에 서버를 두고 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에 사무실을 운영하며, 회원모집팀‧대포계좌 구입팀‧사이트 운영 관리팀‧국내 인출팀 등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지인 추천으로만 직원을 모집하고, 텔레그램‧위챗 등 보안이 철저한 SNS를 통해 자신들만의 은어로 대화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국내 인출책은 한 회에 500만원씩, 하루에 2000만~4000만원만 인출하고 매달 1일 모은 돈을 상급자에게 전달하는 등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경찰은 “각 인출책이 매달 송금하는 돈은 억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적발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콜라'의 메인 화면. 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적발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콜라'의 메인 화면. 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7년간 사이트에 가입한 총 1억 5000명의 회원이 약 4300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중 배팅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람이 32명, 최고 5억 6000만원을 날린 사람도 있었다. 경찰은 도박에 참가한 사람 중 4000만원 이상의 고액 배팅자나 상습 도박자 75명을 추려 입건했다고 밝혔다. 고등학생‧대학생 등 학생도 있었다. 경찰은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 등 신상 입력 칸이 전혀 없고, 추천인 코드와 자신이 쓸 아이디만 입력하면 돼 미성년자도 접근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도박자는 배팅 금액이 적어 이번 입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공단만 운영할 수 있어, 그 외의 사설 사이트는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콜라’ ‘파스타’등 음식이름으로 만들어진 이들의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경찰이 찾아낸 20개 중 폐쇄된 곳은 4곳 뿐이며, 나머지는 아직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주동자 A(43)씨는 중국 체류 중이라 아직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2017년 관련 첩보를 입수해 1년간 수사한 끝에 최근까지 140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 A씨등 주요 피의자 5명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더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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