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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부터 제작까지 100% 국산 로켓 내달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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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6일 오전 10시.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조립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 3명이 옆으로 길게 누운 시험 발사체 하단 부위 이물질을 조심스럽게 칼로 긁어냈다. 흰색으로 빛나는 발사체의 길이는 25.3m. 아파트 8층 높이에 달한다.

조립 마친 시험발사체 모델 공개 #발사 164초 후 상공 100㎞ 도달 #75t 엔진 시험만 2년 동안 진행 #2021년 KSLV-Ⅱ 발사 예정

시험발사체는 다음달 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그래서일까. 조립동에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박종찬 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험 발사체 조립은 완전히 끝났고 재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체 하단에는 삿갓 모양의 엔진이 삐죽 솟았다. 그간 개발해 온 75t 엔진이다. 시험발사체에는 연료인 케로신이 11t 실린다. 이와 함께 액체산소가 연료의 두 배 수준인 23t이 들어간다.

누리호 시험 발사체

누리호 시험 발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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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발사체는 발사 후 63초 무렵에 음속을 돌파한다. 상공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발사 후 164초 무렵이다. 옥호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기술개발단장은 “시험 발사체가 도달하는 최고 고도는 발사 당일 대기 밀도와 기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 공모를 거쳐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누리호’로 명명했다. 시험발사체는 누리호에 쓰일 주력 엔진인 75t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모델이다.

3단 로켓인 누리호 1단은 75t 엔진 4기를 묶어 만들어진다. 2단 로켓은 75t 엔진 1기가 필요하다. 마지막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들어간다. 이번에 발사할 시험 발사체는 누리호 2단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7월 최종연소시험을 진행했다. 엔진만 따로 떼어내 외부에서 연료를 공급한 지상 연소시험과 달리 최종연소시험에선 온전한 로켓을 만들어 연소시험을 진행했다. 이는 발사를 앞두고 진행된 마지막 테스트였다. 합격점은 140초였지만, 총 154초를 연소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립동에서 버스로 2분, 엔진 시험동에선 국내에서 10번째로 제작한 또다른 75t 엔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옥호남 단장은 “최근 시험 테스트를 통과한 엔진”이라고 말했다. 발사체 개발 과정은 징검다리와 닮았다. 각 단계를 하나씩 밟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항공우주연구원은 75t 엔진 연소 시험을 90차례 진행했다. 누적 시험 시간은 7000초(1시간 56분 40초)에 달한다. 2016년 5월 75t 엔진 첫 연소 시험이 성공했으니, 엔진 시험부터 발사체 조립 완료까지 2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10월 말 시험발사체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첫 발사체가 하늘을 비행한 날로 기록된다. 발사 성공률을 묻는 질문에 옥 단장은 “혹시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비행 중에 발생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실패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상, 새로 개발된 로켓의 첫 발사 성공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1, 2, 3단을 모두 갖춘 누리호는 2021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1.5t급 아리랑 인공위성을 지상 600~800㎞의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3년 두 차례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러시아 기술을 받아들여 비행에 성공했다. 나로호가 100㎏ 중량의 위성을 300㎞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성능임을 고려하면 누리호는 더 무거운 위성을 더 높이 실어 오를 수 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세계 우주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발사체 기술 확보는 꼭 필요하다”며 “발사체 개발 공정이 사람 손으로 이뤄지고 있어 다른 산업에 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외나로도=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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