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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무지개 국회', 박명림의 '1표1의'가 말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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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5일 오후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대화 모임 '한국 정치의 새 길, 새로운 틀'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심 의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주영 국회부의장,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대화문화아카데미]

심상정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5일 오후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대화 모임 '한국 정치의 새 길, 새로운 틀'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심 의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주영 국회부의장,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대화문화아카데미]

“한국 정치 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에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5일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이삼열)가 주최한 ‘한국 정치의 새 길, 새로운 틀’ 토론회에서 “거대 양당 체제는 삶의 문제와 괴리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사이의 흠집내기식 정치, 제1야당의 무조건 반대라는 정쟁의 일상화가 국민에게 익숙하게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대 국회 후반기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심 의원은 “거대 기득권 양당체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영세 상인,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며 “온건 다당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의회에 대표되는 ‘무지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심 의원은 이를 위한 과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운동 허용 범위 확대 ▶선거권자 연령 하향 조정(19세→18세) ▶후보자 기탁금과 선거비용 보전 기준 완화 ▶소수 정당 지원 강화 등 정치자금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로, 지역구 당선자 수가 배분된 의석수에 못 미칠 경우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심 의원은 또 지난달 31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예산의 증가 없이 국회의원 세비를 깎아 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개특위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5당 원내대표 및 정개특위 위원장 회의를 상시 진행하고, 밖으로는 시민사회와 연대하겠다”며 “2004년 경험했던 범국민정치개혁위원회 활동을 제도화해 아래로부터의 정치개혁 논의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1인 1표’ 아닌 ‘1표 1의(意)’가 평등

박명림 연세대 교수 겸 김대중도서관장. [중앙포토]

박명림 연세대 교수 겸 김대중도서관장. [중앙포토]

이날 토론회의 또 다른 발제자로 참여한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한국은 본래의 민주공화정에서 상당히 이탈한 변종 국가이자 정책의 결정과 집행, 인사·예산·감사 등의 권한이 대통령과 행정부가 독점하는 권력 초(超)집중 국가”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의 입법부는 고전적 정의와 근대 이론, 경험에 비춰볼 때 지극히 ‘소극적 정치’에 한정돼 있다”며 “적극적 정치가 가능할 때 비로소 입법·행정의 권력분립 원칙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변종된 민주공화정’의 핵심 이유 중 하나로 “사실상 대의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1987년 체제 이후 전체 표 중 절반은 사표(死票)가 돼 민의로 반영되지 못한다. 이는 국민의 실제 의사가 대통령·국회 등 대의기구에 전혀 비례적으로 대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등은 1인 1표(票)가 아니라 1표 1의(意)”라며 “정치적·비례적 평등 실현으로 입법부·행정부 구성의 비례성이 구현될 때 비로소 경제적 불평등·과두화·양극화도 해소되고, 모든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대화 모임 '한국 정치의 새 길, 새로운 틀'이 5일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의 집에서 열렸다. [사진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대화 모임 '한국 정치의 새 길, 새로운 틀'이 5일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의 집에서 열렸다. [사진 대화문화아카데미]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도 이날 토론에 참여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대표는 먼저 “지난 지방선거 결과 서울시의회의 경우 민주당이 50.9%의 정당득표율로 92.7%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자유한국당은 25.2%의 정당득표율에도 의석은 5.5%만 차지했고, 바른미래당은 11.5%의 득표율로 0.9%의 의석을 차지했다”며 “민주당 지지표와 바른미래당 지지표의 가치는 23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라고 짚었다.

하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표의 등가성 확보, 각 정당의 정책 경쟁 촉진, 다양한 계층·집단의 의사 반영, 지역주의 완화, 합의제 민주주의 강화 등의 장점이 있다”며 “(이미)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도입을 권고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국회 의석수를 300석에서 360석 정도로 늘리고, 증가분을 모두 비례대표로 해야 한다. 의석수 확대는 국회의 입법 기능과 비대해진 행정부 감시 기능의 강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결론을 내야 바뀐 선거제도를 토대로 2020년 총선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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