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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음악을 탐내는 첼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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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와 쇼팽의 작품으로 새로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첼리스트 양성원. [사진 빈체로]

리스트와 쇼팽의 작품으로 새로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첼리스트 양성원. [사진 빈체로]

 리스트와 쇼팽의 음악으로 앨범을 낸 연주자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첼리스트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두 작곡가의 작품을 모아 녹음한 앨범이 6일 나온다. 그는 지금껏 졸탄 코다이를 비롯해 베토벤, 슈베르트, 바흐 등 첼로의 주요 연주 곡목을 쓴 작곡가의 해석에 집중해왔다. 리스트와 쇼팽은 첼로를 위한 곡을 거의 쓰지 않은 작곡가들이다. 19세기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피아노에 천착했던 이들이다.
5일 기자간담회에서 양성원은 “울림통 하나에 줄 네개인 첼로를 떠나 더 넓은 음악을 탐구하는 일이 역동적이고 즐겁다”며 “첼로로 거의 연주되지 않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더 부담없이 해석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리스트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해 쓴 ‘잊힌 로망스’ ‘슬픔의 곤돌라’ '노넨베르트의 작은 방' ‘엘레지’, 쇼팽의 첼로 소나타가 들어있다. 이 밖에도 원래 피아노 곡인 리스트 ‘위안’과 쇼팽 녹턴을 편곡해 넣었다. 플라톤 아카데미의 후원을 받아 음반을 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는 같은 레퍼토리로 11월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연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의 일문일답.

리스트와 쇼팽을 선택한 이유는.

“아직까지도 영향력이 큰 19세기의 거장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첼로를 위한 곡은 별로 안 썼다. 그래서 첼리스트, 첼로 음악 애호가에게 신선함이 있을 한곡 한곡을 모았다.”

녹음을 하며 두 작곡가의 어떤 면을 봤나.

“파리에 정착했던 두 작곡가는 서로 친했지만 성격이 달랐다. 쇼팽은 내성적이고 리스트는 화려했다. 리스트 후기 작품이 점점 쇼팽과 비슷해지는 것을 느꼈다. 리스트 작품은 내면이 점점 강렬해지고 영적인 질문을 계속한다. 쇼팽은 말년에 첼로 소나타를 썼는데 미처 발굴을 못했던 영토를 찾고 있는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의 리스트,쇼팽 앨범.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의 리스트,쇼팽 앨범.

피아니스트였던 작곡가라 첼리스트로서 불편한 주법은 없나.

“많이 불편하다. 쇼팽의 첼로 소나타는 20세기 중반에 와서야 연주가 되기 시작했다. 첼로를 위해 쓴 곡은 전혀 아니고 자기 음악을 위해 쓴 곡이다. 피아노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밸런스 맞추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모국에 대한 그리움, 마음 속의 투쟁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첼리스트로서 피아니스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은 뭔가.

“음표들 뒤에 있는 것을 보려고 한다. 헝가리의 바르토크나 코다이도 그렇지만 리스트는 한국 음악을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에서는 클래식만큼이나 국악이 많이 흘러나왔다. 첼로는 네 줄에 울림통 하나다. 첼로를 떠나서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역동적이다. 첼로 레퍼토리가 아니어서 덜 부담스럽기도 했고 선입견 없이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다.”

늘 특정 작곡가에 몰입해 음반 작업과 연주를 하는 이유는.

“정체성과 색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이 분명해야 음악의 순수함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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