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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가장해 사주 일가 토지 취득…국세청,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탈세 행위 검증

중앙일보

입력

미술관과 아트홀을 운영하는 대기업집단 소속 A문화재단은 여러 계열사로부터 현금을 출연받았다. A재단은 이 돈으로 총수 일가가 사용하는 부동산을 샀다. 그러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기념관 건립과 같은 공익사업에 출연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가장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런 탈세 행위를 적발했고 재단에 3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공익법인의 탈세 행위 사례.[국세청]

공익법인의 탈세 행위 사례.[국세청]

국세청이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탈세 혐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국세청은 5일 공익법인의 증여세 누락 사례를 공개했다. 국세청은 “최근 대기업의 사주들이 공익법인 제도를 이용해 계열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라며 “대기업과 그 사주 등이 출연한 계열 공익법인에 대해 사주의 편법적인 상속ㆍ증여 등을 차단하기 위해 지방청 소속 공익법인 전담팀에서 전수 검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 계열사에 무상임대 하며 세금 탈루하기도

공익법인은 말 그대로 교육, 사회복지, 문화, 환경 등 공익사업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공익법인은 여러 세금 혜택을 받는다. 현행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공익법인에 현금이나 부동산(주택ㆍ건물ㆍ토지) 등 재산을 출연하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주식을 출연할 경우 해당 기업 전체 지분의 5%를 넘는 부분만 증여세를 부과한다. 공익법인 중에서도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공익목적 사업에 쓰고 외부감사를 받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성실 공익법인’으로 인정돼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증여세 부과 지분 기준이 5%에서 10%로 올라가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세금 혜택이 대기업 사주의 탈세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대다수가 총수 일가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어서다.

공익법인의 탈세 행위 사례.[국세청]

공익법인의 탈세 행위 사례.[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 법인 165개 가운데 총수가 있는 재벌 그룹 44개가 가진 공익 법인은 149개로 90%를 넘는다.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 법인 가운데 동일인,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 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한 경우가 165개 중 138개(83.6%)이고, 총수와 특수 관계인이 공익 법인의 대표인 경우는 98개(59.4%)다.

실제 국세청 조사 결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성실 공익법인에서 제외된 B 문화재단은 계열 지주회사 주식을 5% 초과 취득하다가 적발됐다. 이 재단은 또 출연받은 미술품을 계열회사에 무상임대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탈루했다. 이에 국세청은 주식 초과 취득분에 대한 증여세 150여억원과 함께 미술품 무상임대에 따른 증여세도 함께 추징했다.

총수 일가의 친척을 임직원으로 채용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의 탈세 행위도 적발됐다. 상·증세법은 재단 출연자의 친척 등 특수관계인의 재단 임직원 취임을 금지하고 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세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출연재산 등을 변칙 사용하고 있는 공익법인을 집중 검증해 편법 상속ㆍ증여 등을 사전에 차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신규 공익법인과 수입금액 5억원 미만 등 중소 공익법인에 대해 성실 공익법인 확인 기관이 기획재정부에서 국세청으로 바뀌는 등 세법 개정에 따라 변경된 의무사항을 안내하는 등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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