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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돌’ 이민아, “안정환님도 축구로 인정받고 싶었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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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는 귀여운 외모와 축구실력을 겸비해 축구 아이돌이라 불린다. [사진 이민아 제공]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는 귀여운 외모와 축구실력을 겸비해 축구 아이돌이라 불린다. [사진 이민아 제공]

“안정환 님도 외모보다 축구로 인정 받고 싶어서 더욱 더 열심히했대요.”

아시안게임 일본전 헤딩골 등 활약 #가수 민아 닮아 SNS 팔로워 10만명 #비난도 부러운 여축, 목표는 월드컵 8강 #“승우와 커플댄스? 조신하게 시집가야죠”

한국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27·고베 아이낙)가 극존칭을 써가며 이렇게 말했다.

선수 시절 ‘테리우스’라 불린 안정환(42)은 축구보다 외모로 주목 받는 게 싫었다. 이탈리아 페루사 시절 훈련장 관리인에게 담뱃값을 쥐어주고 해질녘까지 홀로 훈련한 적도 있다. 그는 월드컵에서만 3골을 터트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골든골을 성공한뒤에 골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골든골을 성공한뒤에 골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민아는 가수 민아, 배우 고아라를 닮은 귀여운 외모로 ‘축구 아이돌’이라 불린다. 이민아는 안정환처럼 외모가 아닌 축구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민아는 안정환처럼 외모가 아닌 축구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 이민아 제공]

이민아는 안정환처럼 외모가 아닌 축구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 이민아 제공]

한국여자축구 미드필더 이민아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에 기여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일본(세계 6위)과 아시안게임 4강에서 0-1로 뒤진 후반 23분 헤딩 동점골을 터트렸다. 중국무협만화에 나오는 권법소녀처럼 깡총 뛰어올라 헤딩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후반 헤딩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후반 헤딩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 키에도 헤딩골을 넣었다’고 하자 이민아는 “제 키가 1m58.6㎝다. A매치 데뷔골도, 올해 첫골도 헤딩으로 넣었다”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헤딩골 후 울먹이며 동료들에게 달려갔던 이민아는 “우리가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따라갈 수 있다는 마음에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후반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후반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민아는 1-2로 뒤진 후반 막판 페널티 박스 안에서 현란한 드리블 후 회심의 슛을 쐈지만 상대선수에 막혔다. 축구팬들은 잉글랜드 첼시 에덴 아자르(벨기에)에 빗대 ‘이민아자르’란 별명을 붙여줬다.

이민아는 “쑥쓰럽고 오글거린다. 아자르 영상을 자주 보는데 키가 작지만 저돌적이고 엄청 잘한다”면서 “제가 드리블을 할 때 앞에 있던 선수가 일본 소속팀 동료였다.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유도하려 했는데 제쳤다. 슈팅 순간 다리에 쥐가나서 힘이 덜 들어갔다”며 아쉬워했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2로 패한 한국의 이민아가 눈물을 흘리며 나가는 임선주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2로 패한 한국의 이민아가 눈물을 흘리며 나가는 임선주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경기를 지배하고도 1-1로 맞선 후반 41분 임선주의 헤딩 자책골로 1-2로 석패했다. 이민아는 “선주 언니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다. 앞서 난 골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팀원 전체의 책임”이라며 “선주 언니가 홀로 짐을 안고 가야할 생각을 하니 경기 후 나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민아는 대만과  3-4위전에서 쐐기골을 넣어 동메달을 이끌었다.

이민아가 소셜미디어에 가끔 공개하는 사복패션이 화제다. [이민아 인스타그램]

이민아가 소셜미디어에 가끔 공개하는 사복패션이 화제다. [이민아 인스타그램]

이민아는 2015년 동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며 ‘여자축구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에 가끔 공개하는 풋풋한 사복패션은 큰 화제다. SNS 팔로워는 1000명에서 최근엔 10만명까지 늘었다. 팬클럽 ‘민아월드’에는 남자 중학생에서부터 40대 아저씨 까지 응원을 해준다. 한국여자축구 현대제철 5연패를 이끈뒤 지난해 12월 일본 고베 아이낙으로 이적한 이민아는 일본 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민아는 “일본 이적 후 2달간 발목부상으로 결장했다. 제 유니폼을 입은 일본팬들이 ‘민아상, 힘내라’고 응원해주셨다”며 “예전엔 그라운드 밖에서는 여자로 보이고 싶어서 일주일에 하루 쉴 땐 치마를 입었는데, 요즘엔 쉴 땐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4대0 승리를 거둔 이민아가 드리블하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4대0 승리를 거둔 이민아가 드리블하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민아는 통통 튀는 외모와 달리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근성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축구팬들은 이젠 이민아를 향해 ‘외모에 축구실력이 가려진 선수’라고 평가한다. 이민아는 “축구보다 외모가 주목받으면 부담됐지만 이겨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제 노력이 헛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민아는 2016년 자선축구대회에서 이승우와 커플댄스를 춰 큰 화제를 모았다. [중앙포토]

이민아는 2016년 자선축구대회에서 이승우와 커플댄스를 춰 큰 화제를 모았다. [중앙포토]

이민아는 2016년 홍명보 자선축구대회에서 이승우(20·베로나)와 커플댄스를 춰 큰 화제를 모았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 이승우는 일본과 결승전에서 골을 터트리면서 맹활약했다.

이민아는 “이승우 선수의 골에 대한 집념,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 파울에 크게 개의치 않는 플레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커플댄스를 출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민아는 “저도 나이가 20대 후반이라 조신하게 있다가 시집가야 한다. 이젠 춤을 자제해야죠”라면서도 “좋은 취지라면 또 춰야겠죠”라며 웃었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2로 패한 한국의 김혜리(오른쪽)가 눈물을 흘리는 이민아를 위로하며 함께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2로 패한 한국의 김혜리(오른쪽)가 눈물을 흘리는 이민아를 위로하며 함께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여자축구는 늘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돌려 말하면 성과가 없다는 의미다. 이민아는 “아시안게임 목표가 ‘메달색을 바꿔라’였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린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남자축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비난을 환호로 돌려놓았다. 이민아는 “남자축구가 그동안 비난도 받았는데, 여자축구는 그런 비난마저도 관심이니 부러웠다”면서 “여자축구도 성적을 낸다면 남자축구 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응원해주실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아는 내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2015년 월드컵엔 출전하지 못했던 이민아는 “생애 첫 월드컵이다. 이젠 결과로 승부내야 한다. 월드컵 16강을 넘어 8강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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