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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당이 바뀌어야 협치도 소득 4만 달러도 이뤄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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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적폐 청산과 함께 야당과의 협치도 거론했다. 북한 비핵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각종 경제지표가 추락하는 등 국정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여야가 힘을 모으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한 여소야대 현실 속에서 민생 경제와 여야 협치를 언급한 다짐은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4만 달러 달성과 협치가 말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은 수없이 협치를 외쳤지만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안에선 청와대 부속기관이란 비아냥을 들었고 밖으론 적폐 청산을 내세워 전 정권 때리기와 야당 무력화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의 방패막이 역할에 급급해 정권이 오만과 독선에 빠져들 조짐이 보여도 견제 장치는 거의 작동하지 못했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을 챙기는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 역시 보여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혁신 1호 법안’인 인터넷은행법조차 여당 일각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반대로 좌초했다. 그런 만큼 강한 여당을 주장하는 이 대표는 민주당을 미래로 나아가는 혁신 정당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청와대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 또한 이 대표의 몫이다.

이 대표가 가진 인식부터 바꾸는 게 첫 순서다. 이 대표는 악화한 고용 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고 했고 ‘보수궤멸론’으로 야당을 공격하는 프레임을 갖고 있다. 과거 정권 탓만 해선 해결책을 찾기 어렵고 야권을 일방적으로 폄훼해선 여야 소통이 어렵다. 경제를 비롯한 각종 정책이 여론과 동떨어져 흘러가도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 대표가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수정하도록 직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말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