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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최저임금 인상률 놀랐다” 야당 “무책임에 놀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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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최저임금 인상 관련 발언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과도한 인상과 무관한 듯 발언 #최저임금위에 책임 돌리기 해석 #김무성 “장 실장 당장 해임해야”

장 실장은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높았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난해 16.4% 오른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란 뜻으로 읽힐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와 사가 만나 치열하게 논쟁을 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구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했어야 하는데 그냥 최임위에서 걸어나가 버렸다”며 “양쪽에서 일방적으로 그냥 손을 놓아서 국민 사이에 토론이 이뤄지고 공감대를 이뤄서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생략돼 버린 것”이라고도 밝혔다. 정부는 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가파른 인상에 대한 책임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탓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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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4일 ‘소득주도 성장, 왜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놀랐다는 장 실장의 무책임이야말로 정말 놀랍다”며 “장 실장을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장 실장은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나서야 ‘이렇게 망가질 줄 저도 깜짝 놀랐다’고 말할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장 실장의 최저임금 관련 설화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다”고 단정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그사이 고용 지표가 악화하자 표현이 미세하게 변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일부고, 이것만으로 (고용지표 하락을)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셈이다.

그의 발언 취지와 달리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짙다는 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다. 직전 5년 평균(7.4%)보다 무려 9%포인트나 높다. 애초에 ‘2020년 1만원’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없었다면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나오기 힘든 숫자다.

특히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 때만 해도 사용자 측은 4.2% 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에 열린 12차 회의에선 8.6%포인트나 오른 12.8% 인상안을 제출했다. 회의에 참여한 사용자 위원들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미리 지원책(현재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준비해 놓고 사용자 측을 설득했다. 실제 16.4% 인상안이 확정되자 바로 다음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3조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올해 사용자 위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을 주도한 ‘공익위원’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선정해 위촉한 인사들이다. 최임위가 애초부터 정권의 의지가 반영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다. 최임위 사정에 정통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했고, 그 중심에 장 실장이 있는 것은 최임위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결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은 시장의 가격 시스템과 소득 분배, 고용시장 상황 등을 종합해 계산해야 한다”며  “국민의 지지를 통해 집권한 정부가 정한 뒤 책임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공익위원이라도 공정하게 위촉해야 한다”며 “최임위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두고 공익위원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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