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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 비웃는 시장 … 임대사업자, 3.3㎡당 1억 집도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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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3㎡당 1억원까지 거래됐다고 알려진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일부 거래가 임대주택 등록제도 허점을 이용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된다. [중앙포토]

3.3㎡당 1억원까지 거래됐다고 알려진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일부 거래가 임대주택 등록제도 허점을 이용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된다. [중앙포토]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금과옥조로 여기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정책을 손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다주택자들이 임대 등록의 세제 혜택을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면서다.

주택담보 ‘집값 40%’ 규제받는데 #임대사업자는 기업대출로 분류 #은행권, 집값 75%까지 대출해줘 #전문가 “다주택 억제 정책 구멍”

다주택자가 임대주택 등록 제도를 주택 매입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점검했다. 지난 3일 오전 주택임대사업자 대출 실태를 보기 위해 서울 시내 시중은행 지점을 찾았다. 직원은 임대사업자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며 기업대출 상담 코너로 안내했다. 창구 직원은 “임대사업자 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하지만 사업자를 위한 기업대출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이 아니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와 총부채상환비율(DTI) 40%다. 서울 15개 구 등 투기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이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된다. 창구 직원은 “임대사업자 대출은 담보 가치와 개인신용에 따라 집값의 70~75%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매달 소득이 발생하는 월세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월세 이하로 원리금이 나오게 대출금액을 정하고 금리는 개인신용 등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낮거나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구 직원은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더라도 임대사업자 대출을 받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 등록을 하는 사례를 찾기 위해 국토부 임대주택 등록 시스템과 대법원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다. 평균 시세가 3.3㎡당 7300만원 선으로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를 들여다봤다. 이 단지는 최근 3.3㎡당 1억원까지 거래됐다고 알려질 정도로 올해 집값이 급등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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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현재 전체 1612가구 가운데 25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다. 이 중 19가구가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 규제를 도입한 지난해 8·2 대책 후 등록한 주택이다. 이 중 동·호수를 확인할 수 있는 7가구의 매수 시기와 임대주택 등록 시기가 비슷하다. 5가구가 전용 85㎡ 이하이고 나머지 둘은 초과다. 8·2 대책 후 거래된 85㎡ 이하는 38가구다. 13%가 매수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수 시기와 임대 등록 시기가 비슷한 7가구 중 5가구가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임대사업자 대출로 짐작된다. 36층 전용 84㎡는 지난 2월 25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같은 달 단기임대(임대 기간 4년)로 등록했다. 근저당권 설정 채권 최고액이 6억6000만원이다. 채권 최고액은 대개 대출금액의 120%다. 12층 전용 59㎡는 지난해 10월 16억원에 거래돼 같은 달 장기임대(8년)로 등록했다. 채권 최고액이 7억여원이다.

김현미 장관은 3일 밤 KBS 뉴스에 출연해 “1~8월 서울에 세제 혜택이 되는 6억원 이하 임대주택 현황을 봤더니 3분의 1 이상, 강남은 40% 가까이가 집을 새로 사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올해 1~7월 서울에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은 7만3000가구다. 김 장관이 말한 비율을 적용하면 집을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숫자가 2만 가구가량으로 업계는 본다. 1~7월 서울에서 매매 거래(10만3000여 가구)된 5가구 중 한 가구꼴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이 정도로 많으면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악용돼 정부의 다주택자 수요 억제에 구멍이 뚫린 셈”이라고 말했다. 등록 임대주택은 재산세·임대소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에서 대폭적인 감면 혜택을 받는다. 특히 올해 안에 매입해 3개월 이내에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뒤 10년 이상 임대하는 전용 85㎡ 이하에는 양도세가 100% 감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이거나 집이 커 세제 혜택이 없더라도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임대 등록을 이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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