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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 상고법원 추진 위해 3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법원이 2015년 상고법원 설립 추진을 위해 수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허위서류 확보 … 수사 확대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소액 인출한 뒤 법원행정처 전달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시한 정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 및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을 편성한 뒤 허위 지출 증빙 서류를 만든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처음 책정해 예산 약 3억5000만원을 확보해 일선 법원에 약 2억7200만원을 내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법원에 전달된 운영비는 소액 현금으로 분할돼 전액 인출된 뒤 다시 법원행정처 직원에게 넘어갔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도 ‘(일선 법원) 공보관이 아닌 법원행정처 간부 등에게 재배치한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은 이후 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돼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활동한 고위 법관에게 격려금으로 전달되거나 대외 활동비로 사용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상고법원 설치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지시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윗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임 전 차장의 상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이다. 박 전 대법관은 최근 박근혜 정부 당시 과거사·통상임금 등 청와대가 주시하던 재판들이 대통령 뜻에 맞게 나왔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 작성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비자금이 조성된 2015년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해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2015년부터 특수활동비도 편성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공개한 2015~2018년 대법원 특수활동비 지급 분석 내역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84회에 걸쳐 2억2367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았다. 2015년 3분기에는 3172만원으로 지급액이 가장 많았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대법원의 활동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감사원은 2016년 법원행정처 소속 고위직 판사들이 기타운영비 명목으로 받은 현금 사용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를 위해 최근에도 대법원에 법관 활동비와 법인카드 내역을 요구했지만 법원행정처로부터 아무 자료도 받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5년 관련 예산 항목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며 “2016년 이후에도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감사원 지적이 있어 내년도 예산에는 공보관실 운영비를 편성하지 않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자체 조사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상·김영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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