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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없는 야구대표팀 귀국길…"무서워서 기사 클릭도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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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의 귀국길은 조용했다.

귀국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연합뉴스]

귀국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연합뉴스]

선동열(55)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3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하지만 금메달 축하 플래카드도, 수 백명의 환영 인파가 없었다. 바로 앞서 도착한 축구 대표팀은 입국장 2층까지 팬들이 빼곡하게 찰 정도로 인산인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입국장을 빠져 나온 선수단 분위기도 차분했다. 선 감독과 선수들은 함께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바로 해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여론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 조용하게 귀국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메달 목에 걸고 귀국하는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금메달 목에 걸고 귀국하는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야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아시안게임에서 3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만과 예선 첫 경기에서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나머지 경기를 전부 승리했다. 특히 지난 1일 일본과 결승전에선 에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역투와 4번 타자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의 홈런을 앞세워 3-0으로 완승했다.

하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환호로 바뀌지 않았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섞인 대만과 졸전에 이어 실업(사회인)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일본에도 속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장 김현수(LG 트윈스)는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핑계"라면서도 "첫 경기 끝나고 (박)병호 형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때 저희끼리라도 재미있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금메달을 따고 수고해줘서 고맙다고 서로 이야기했다. 선동열 감독님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말을 많이 아끼셨다. 경기 끝나고 '다음에 다시 보자'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여론 분위기가 더욱 싸늘했던 건 '미필자 배려 논란' 때문이었다. 지난해 경찰청과 상무 입대까지 포기한 오지환(LG 트윈스)과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이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이 논란은 따라다녔다. 오지환과 박해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했다.

귀국하는 오지환. [연합뉴스]

귀국하는 오지환. [연합뉴스]

에이스 양현종은 "여론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그라운드에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금메달 따도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라고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금메달을 따고도 그래서 힘이 좀 많이 빠졌다. '우승을 못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상상도 해봤다"며 "우승하고 휴대폰을 통해 기사를 확인했는데 보고 힘이 많이 빠졌다. 댓글은 보지 않았다. 단지 기사 제목을 보고도 무서워서 차마 클릭을 못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여론이 싸늘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다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현지에선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대표팀에 소집 이후 취재진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계속 받았다. 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귀국 현장에서도 단체 사진 촬영 후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빠져나갔다.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해 4일부터 재개하는 KBO리그 출전을 준비한다. 선 감독은 내년에 열리는 2019 프리미어 12 준비에 들어간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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