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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게 “나와, 나와” … 당돌 깜찍 이승우 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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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승우는 당돌하다. ’같은 세리머니를 두 번 하지 않는다“는 그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도 톡톡 튀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귀에 손을 대고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이승우. [치비농=김성룡 기자]

이승우는 당돌하다. ’같은 세리머니를 두 번 하지 않는다“는 그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도 톡톡 튀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귀에 손을 대고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이승우. [치비농=김성룡 기자]

“나와! 나와!”

축구 한·일전 선제골 터뜨린 막내 #일본 킬러, 연장 접전 흐름 바꿔 #인맥축구 논란 황의조 9골 득점왕 #골키퍼 조현우는 유럽 진출 노려

약관의 신예 이승우(20·베로나)는 주장 손흥민(26·토트넘)에게 이렇게 외쳤다. 1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일본과의 축구 결승전. 0-0으로 맞선 연장 3분 골문을 향해 드리블하던 손흥민은 이 말을 듣고 멈칫하며 비켜섰다. 그때 이승우의 벼락같은 왼발슛이 터졌다. 연장전에서 터진 한국의 첫 골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연장 전반에 이승우가 첫 골을 넣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연장 전반에 이승우가 첫 골을 넣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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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드리블을 하고 나가는데 승우가 ‘나와! 나와!’라고 외쳐서 재빨리 비켜줬다. 승우가 슈팅하기 더 좋은 위치에 있었고, 덕분에 내가 도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승우의 골 세리머니도 파격적이었다. 이승우는 뒤따르던 동료들을 뿌리치고 그라운드의 왼쪽의 응원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광고판에 올라가 양손을 귀에 갖다 댔다. 마치 아이돌 스타가 콘서트장에서 관객에게 ‘더욱 큰 함성을 질러달라’고 외치는 듯한 포즈였다.

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연장 전반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연장 전반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돌연변이’다. 13세였던 2011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자유분방한 환경 속에서 축구를 한 이승우는 솔직하기도 하고, 당돌하기도 하다.

2014년 아시아 16세 이하 챔피언십 8강전을 앞두고 그는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60m를 치고 들어가 일본 수비수 3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원더골’을 터트렸다. 그는 2014년에 이어 이번 대회 연장전에서 천금 같은 골을 터트리며 ‘일본 킬러’로 떠올랐다.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볼트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승우. 전주=양광삼 기자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볼트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승우. 전주=양광삼 기자

이승우는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선 40m를 질주한 뒤 감각적인 칩슛을 터트린 뒤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연상시키는 ‘번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승우는 당시 “우리나라엔 나 같은 캐릭터가 없어서 팬들이 귀여워 해주시는 것 같다. 당돌한 모습이 사라지면 오히려 재미없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친 덕분에 그를 싫어하는 안티팬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베트남과 4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엔 귀 옆에 손을 대고 흔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출연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로 그 세리머니였다. 그의 대선배이자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안정환은 그런 이승우를 두고 ‘깜찍이’라고 불렀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공약으로 내건 세리머니를 펼친 이승우.

예능프로그램에서 공약으로 내건 세리머니를 펼친 이승우.

이승우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대한민국을 빛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이승우의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명문 팀 AC밀란은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에 고위 관계자를 보내 그의 활약을 직접 체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조현우, 손흥민, 황의조.

왼쪽부터 조현우, 손흥민, 황의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축구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스타는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26·감바 오사카)다. 그는 대회 개막전부터 불거졌던 ‘인맥 축구’ 논란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일부 축구 팬들은 김학범 감독이 성남을 맡았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황의조를 봐주기 위해 그를 뽑았다고 주장했다.

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를 마치고 황의조가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연장 접전끝에 대한민국이 일본을 2대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뉴스1]

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를 마치고 황의조가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연장 접전끝에 대한민국이 일본을 2대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뉴스1]

그러나 황의조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포함해 이번 대회 9골을 몰아넣으며 당당히 득점왕에 올랐다. 팬들은 이제 그를 ‘킹의조’라 부른다. 팬들은 또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 이후 끊겼던 한국 정통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을 선수가 등장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황희찬이 연장 전반에 추가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황희찬이 연장 전반에 추가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대회 내내 부진해 비난을 받았던 황희찬(22·함부르크) 역시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황희찬은 연장 전반 1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처럼 높이 뛰어오른 뒤 멋진 헤딩골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침묵에 빠진 일본 응원단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었다. 박지성이 2010년 5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펼쳤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한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연장전이 끝나고 금메달을 딴 손흥민 조현우 선수가 포옹하고 잇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연장전이 끝나고 금메달을 딴 손흥민 조현우 선수가 포옹하고 잇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골키퍼 조현우(27·대구)는 ‘골문으로 들어가는 공까지 끄집어내는 선방쇼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지만 일본과의 결승전에도 선방쇼를 펼쳤다. 손흥민 등과 함께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조현우는 “유럽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1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황인범이 슛을 하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황인범이 슛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대 부설 아산 무궁화체육단에서 의무경찰(일경)로 복무 중인 황인범(22)은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면서 조기 전역하게 됐다.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못 따면 모두 제 후임 되는 거죠”라고 유쾌한 농담을 던졌던 황인범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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