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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주제곡 부른 코브존 장례···김정은·푸틴도 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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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친러시아 반군 지도자 알렉산더 자카르첸코와 나란히 듀엣송을 열창하는 이오시프 코브존(오른쪽). 한국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 '백학'을 부른 가수로 유명한 코브존은 지난달 30일 타계했다. [AP=연합뉴스]

2014년 10월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친러시아 반군 지도자 알렉산더 자카르첸코와 나란히 듀엣송을 열창하는 이오시프 코브존(오른쪽). 한국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 '백학'을 부른 가수로 유명한 코브존은 지난달 30일 타계했다. [AP=연합뉴스]

 1990년대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 '백학'을 부른 가수로 유명한 러시아의 원로 스타 이오시프 코브존의 장례식이 2일(현지시간) 거행됐다. 미국의 팝 가수 프랑크 시나트라에 빗대 서방에는 '소비에트의 시나트라'라는 별칭으로 알려졌던 그는 지난달 30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러 국민가요 '백학' 부른 '소비에트의 시나트라' #95년 내한 순회공연…말년엔 활발한 정치활동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시내 차이콥스키 연주홀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는 러시아 내 주요 정치인과 문화·예술계 인사, 사회활동가 등 6000여 명이 참석했다.

1937년 우크라이나 동부 태생인 코브존은 모스크바의 명문 '그네신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87년 인민예술가 칭호를 수여받는 등 당대 최고 가수로 이름을 떨쳤다. 정치에도 입문해 지난 97년부터 하원 의원으로 활동했고 2011년부터 하원 문화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그의 공적을 기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도 영결식장을 찾아 헌화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가수 이오시프 코브존의 영결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옆자리에 앉은 코브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가수 이오시프 코브존의 영결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옆자리에 앉은 코브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브존의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해왔다고 러시아 대통령 국제문화협력 담당 특별대표 미하일 슈비드코이가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과 코브존의 개인적 친분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코브존은 지난 2015년 5월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행사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내외빈 앞에서 '백학'을 부른 바 있다. 이 행사는 애초 김정은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방러 열흘 전 북한 측이 갑자기 참석 취소를 통보했다.

최정현 성균관대 교수(러시아문화연구소)는 "러시아와 북한은 같은 공산권으로서 문화교류가 활발했고, '백만송이 장미'로 유명한 알라 푸가쵸바(1949~)가 1989년 평양 공연을 성대하게 치르기도 했다"면서 "코브존의 정치 경력까지 감안해 김정은이 유족에 조전을 보낸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코브존의 국내 대표곡은 1980년대 한국 사회 격변기를 그린 '모래시계'(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의 주제가 '백학'이다. '우우우우우~' 하는 허밍으로 시작하는 백학(러시아명 '벨르이 쥬라블')은 원래는 전장에서 전우를 잃은 전사의 슬픔과 애수를 노래한 곡이다. 러시아 남부 체첸 근처 다게스탄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아바르) 출신 시인 라술 감자토프(1923~2003)가 지은 시에 우크라이나 출신 작곡가가 곡을 붙였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역사학)는 “1969년 소비에트 국민가수로 불리던 마르크 베르네스가 사망 직전 발표한 곡인데 코브존이 리메이크한 뒤로 러시아 전승기념일에 애창되는 ‘국민가요’가 됐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모래시계' 열풍에 힘입어 1995년 코브존이 내한해 광주, 대전, 부산, 서울 등에서 순회 공연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 모래시계

드라마 모래시계

1995년 내한공연 당시의 이오시프 코브존. [중앙포토]

1995년 내한공연 당시의 이오시프 코브존. [중앙포토]

코브존은 지난 2002년 10월 모스크바의 두브로프카 극장에서 일어난 체첸 무장 반군들의 인질 사건 당시 반군과의 협상에 참여해 인질로 잡힌 850여 명의 관객 가운데 일부를 구출해 낸 공로로 용맹 훈장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사태 이후엔 친러시아적 행보 때문에 고국인 우크라이나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10년 이상 암과 투병하면서 2004년 첫 수술을, 2009년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지난 7월 20일 무의식 상태에서 쓰러져 치료받다가 지난 8월30일 유명을 달리 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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