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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불법 전송해도 특허침해 아닌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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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12)

번역 소프트웨어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여 외국어 능력은 가치를 잃고 있다. 구글 번역과 네이버 파파고 등의 번역 소프트웨어가 등장하여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종 언어 간의 번역이 완벽에 가깝게 구현되고 있다. [중앙포토]

번역 소프트웨어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여 외국어 능력은 가치를 잃고 있다. 구글 번역과 네이버 파파고 등의 번역 소프트웨어가 등장하여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종 언어 간의 번역이 완벽에 가깝게 구현되고 있다. [중앙포토]

번역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로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외국어 능력은 급속도로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미 중소 무역회사에서 해외 레터를 작성하는 직원들은 구글 번역, 네이버 파파고 등의 번역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종 언어 간의 번역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통해 완벽함에 가까운 정도로 서비스되고 있다.

‘외국어 능통자 우대’ 문구 사라질지도  

초등학생들의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과열로 치닫는 요즘, 학교 뿐 아니라 IT 기업에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초등학생들의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과열로 치닫는 요즘, 학교 뿐 아니라 IT 기업에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이미 지금도 넘쳐나고 있는 영어 인재는 앞으로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음성 인식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더해지면서 ‘외국어 능통자 우대’라는 입사 조건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 정규 교과과목에서도 영어는 지금처럼 필수 과목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주목을 받는 초등생들의 코딩 교육 또한 과열로 치닫는 느낌이다. 초등생들이 코딩을 배우면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코딩이란 원하는 기능 달성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을 C언어, 자바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컴퓨터 언어)의 명령으로 변환 작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코딩은 전자기기, 시스템 등을 구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아이디어(알고리즘)를 구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코딩을 잘한다고 IT 창업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가가 건축 기술을 어려서부터 배운다고 다 위대한 건축가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미래 소프트웨어의 기능공이 아니라, 미래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설계자이다.

유아들에게 조기영어 교육을 하는 것은 자연어 번역 소프트웨어의 발전 가능성을 모르기 때문이고, 코딩 교육에 열광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가 갖는 가치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위에서 영어를 화두로 던졌으니, 영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이야기해보자.

영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영어 학습용 소프트웨어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더는 영어 학습이 필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술인 자연어 번역 소프트웨어이다. 후자가 보다 가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자에 대한 특허 출원의 의뢰가 더 많다. 이른바 특허받은 영어 학습법이라고 광고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학습법, 전자기기로 실행되면 특허 대상 

다양한 놀이로 영어를 익힐 수 있게 한 유아 영어 교육 프로그램. 이 교육 소프트웨어는 전자기기와 결합해 실행되어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허 등록이 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제3자가 일부의 소스 코드만 변경해 도용했을 경우, 저작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 [중앙포토]

다양한 놀이로 영어를 익힐 수 있게 한 유아 영어 교육 프로그램. 이 교육 소프트웨어는 전자기기와 결합해 실행되어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허 등록이 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제3자가 일부의 소스 코드만 변경해 도용했을 경우, 저작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 [중앙포토]

학습법 자체는 오프라인에서 인간의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 행위가 전자기기 등의 하드웨어와 결합해 실행되는 경우 특허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제3자가 도용하는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흔히 소프트웨어를 저작권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저작권이 보호해주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기능적 알고리즘이 아니라, 코딩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저작물에서의 소스 코드 일부만 변경해도 저작권의 침해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보호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에 대해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 등록이 필수다.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가치는 소스 코드에 있지 않고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특허 등록을 통해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밀어서 잠금 해제(SLIDE TO UNLOCK)’라는 아이폰 고유의 운용 알고리즘에 대해 독점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저작권 등록이 아니라 특허 등록을 받아야 한다.

특허법은 그 보호대상인 발명이 자연법칙을 이용해야 함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현행 특허 심사 실무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 결합한 경우로만 국한한다. 여기서 하드웨어란 USB·CD 등 소프트웨어가 기록된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기록 매체, 로봇 청소기 등과 같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는 장치 정도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이렇듯 현행 특허법에서는 하드웨어와 결합한 경우에만 소프트웨어를 보호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외형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자체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저작권법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직접적 보호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전자기기 등의 하드웨어와 결합한 상태에서 상업적 가치가 발휘되는데, 스마트폰 앱은 유통 과정에서 하드웨어와의 결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특허법 상 특허권자는 제3자가 다운로드 방식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 [사진 pixabay]

소프트웨어는 전자기기 등의 하드웨어와 결합한 상태에서 상업적 가치가 발휘되는데, 스마트폰 앱은 유통 과정에서 하드웨어와의 결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특허법 상 특허권자는 제3자가 다운로드 방식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 [사진 pixabay]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소프트웨어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코딩의 결과물인 코드에 불과하다. 즉, 저작권법에서는 코딩 작업의 노고를 보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알고리즘에 대한 보호는 특허법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경우 소프트웨어는 전자기기 등의 하드웨어와 결합한 상태에서 그 상업적 가치가 발휘되는 것이다. 특허 명세서 작성 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현행법하에서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상당 범위의 포괄적 보호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가치를 갖는 경우가 생겨났는데,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다운로드)되는 경우이다.

현재 스마트 폰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앱’ 또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의 약어로서 그 본질은 소프트웨어다. 이러한 앱은 CD 등의 기록 매체를 통하지 않고 사용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다운로드받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 폰의 앱은 유통의 과정에서 하드웨어와의 결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특허법상 특허권자는 자신의 앱을 제3자가 다운로드 방식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통한 불법 전송 행위 규제해야 

특허청은 하드웨어와의 결합이 없는 상태의 소프트웨어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허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협의가 원활치 않아 입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다 완전한 보호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사진 pixabay]

특허청은 하드웨어와의 결합이 없는 상태의 소프트웨어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허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협의가 원활치 않아 입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다 완전한 보호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사진 pixabay]

이러한 이유에서 특허청은 이미 2005년도부터 하드웨어와의 결합이 없는 상태의 소프트웨어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허법 개정을 정부 입법을 통해 수차례 시도한 바 있다. 정부 입법은 관련 타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작권 제도를 관장하는 부처와의 협의가 원활치 않아 입법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에 특허법 개정을 통해 소프트웨어의 네트워크를 통한 불법 전송 행위를 제재할 수 있게 했다.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법률적 보호가 미흡하다면 개발자의 사기가 저하될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한 국가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기술인 소프트웨어의 보호를 위한 특허법의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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