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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금, 이번엔 동…여자배구 대표팀 뭐가 문제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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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스파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스파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도 값지지만, 4년 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전 경기를 세트스코어 3-0 승리로 장식하며 우승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적이다.

한국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배구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3-1(25-18, 21-25, 25-15, 27-25)로 꺾고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준결승전에서 태국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쳤던 한국은 그 여파 탓인지 경기 초반 선수들 몸이 전반적으로 무거워 보였다. 그래도 마지막 일정, 그것도 한·일전이라는 경기 중요성의 각성효과일까. 선수들은 남은 체력을 짜내 최선을 다했다. 1세트를 잡고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반격에 나선 일본에 2세트를 내줬다.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다잡은 한국은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고 3, 4세트를 내리 가져오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득점에 성공 뒤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득점에 성공 뒤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전 전원이 출전한 세계 1위 중국의 벽은 높았다. 한국은 예선에서 중국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스코어 이상의 객관적 전력차를 감안할 때 솔직히 금메달은 오르기 힘든 고지였다. 그래도 은메달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태국에 세트스코어 1-3으로 일격을 당하면서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상대였던 터라 그 충격이 작지 않았다.

4년 전 금메달 당시 대표팀과 이번 대표팀의 어떤 차이가 다른 결과로 이어졌을까. 4년 전 대표팀은 전원 프로선수였다. 반면 이번에는 박은진, 정호영(이상 선명여고), 이주아(원곡고)등 3명의 고교생 선수가 포함됐다. 이들은 조별리그에서, 그것도 한국과 전력 차가 큰 인도전과 카자흐스탄전 때 잠깐 뛰었다. 조별리그 중국전과 토너먼트 내내 벤치만 지켰다. 장신이라고 해도 실력 면에서 초고교급이라 할 수 없는 이들이 국가대표팀에서 설 자리는 없었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이재영이 상대 공격을 몸을 날려 받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이재영이 상대 공격을 몸을 날려 받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8강전 이후 주전들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번에 출전한 4년 전 금메달 멤버는 그 때보다 4살을 더 먹었다. 4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이재영, 이다영, 박정아의 경우 그 때보다 더 원숙해졌다 할 만한 부분이 잘 안보였다. 오히려 30대를 바라보거나 접어든 이효희, 김연경, 양효진 등의 체력 문제가 더 눈에 띄었다. 특히 세터 이효희는 만 38세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하루 걸러 경기가 열리는 살인적 일정의 국제대회 특성상 버티기 쉽지 않은 일이다. 후보 세터 이다영의 경우 키에선 장점이 있었지만, 이효희를 대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태국전에서 이효희의 토스 높이나 김연경의 타점이 낮아진 건 예견된 일이다. 태국전이 끝난 뒤 차해원 감독은 패인을 “(선수들의)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시브 불안은 겉으로 드러난 원인일 뿐, ‘원인의 원인’을 찾으면 결국 체력 저하다. 체력 저하가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다. 김연경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세계 정상급 선수인데, 태국전에서는 서브 리시브도 흔들렸고, 흐름을 바꾸는 디그도 보여주지 못했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양효진이 스파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양효진이 스파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생 선수들은 힘든 선배들에게 손뼉을 쳐주거나 함성을 질러주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선수 선발권을 가진 차해원 감독이나 대한배구협회 강화위원회는 차세대 기대주의 국제대회 경험 차원에서 뽑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말은 차 감독이나 협회 스스로 아시안게임을 견학용 대회로 여겼다는 뜻밖에 안된다. 고교생을 넣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자신과 상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어느 쪽이든 차 감독과 강화위는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자카르타=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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