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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도 사우나 즐기다 호수로 풍덩…‘원조 사우나’의 맛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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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호 20면

자일리톨 껌, 만화 캐릭터 무민, 한때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이 지금의 삼성·애플을 능가했던 노키아. 이런 것 말고 핀란드의 진짜 명물은 따로 있다. 바로 사우나다. 사우나(Sauna)란 말 자체가 핀란드어다. 핀란드 전통 방식의 목욕 혹은 목욕탕을 의미한다.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는 삶의 일부다. 길고 추운 겨울 때문이다. 인구는 550만 명인데 전국에 사우나 시설이 약 320만 개나 된다. 핀란드의 수도는 헬싱키이지만 ‘사우나의 수도’는 헬싱키 북서쪽의 도시 탐페레(Tamepre)다.

핀란드 사우나의 수도 탐페레 #최초 공용 사우나 포함 34개 성업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 달린 곳도 #소시지 구워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

핀란드 사우나의 수도 탐페레에서 사람들이 훈증과 호수 수영을 번갈아 즐기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핀란드 사우나의 수도 탐페레에서 사람들이 훈증과 호수 수영을 번갈아 즐기고 있다. 김경록 기자

탐페레는 헬싱키, 에스포에 이어 핀란드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핀란드에는 18만 개가 넘는 호수가 있는데, 탐페레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 나시야르비(Nasijarvi)와 피하야르비(Pyhajarvi) 사이에 자리한다. 호숫가와 도심 곳곳에 공용 사우나 34개가 있다. 1906년에 개장한 핀란드 최고령 공용 사우나가 있는가 하면, 스타 셰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겸 사우나도 있다.

나시야르비 호숫가에 자리잡은 90년 역사의 라우하니에미 사우나. [사진 핀란드관광청]

나시야르비 호숫가에 자리잡은 90년 역사의 라우하니에미 사우나. [사진 핀란드관광청]

인구 550만 명, 사우나 320만 개 

탐페레 시내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달려 1929년 개장한 라우하니에미(Rauhaniemi) 사우나를 찾았다. 사우나가 나시야르비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어 몸을 지진 뒤 수영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핀란드 사람은 호숫물이 얼음처럼 차가운 한겨울에도 호수에 뛰어든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렇다. 핀란드 사우나는 맨몸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남녀 공용이어서다. 사우나는 2개다. 작은 사우나는 20명, 큰 사우나는 40명 정도 들어간다.

핀란드에서는 아이들도 숨막히게 뜨거운 사우나를 즐긴다. [사진 핀란드관광청]

핀란드에서는 아이들도 숨막히게 뜨거운 사우나를 즐긴다. [사진 핀란드관광청]

사우나 내부는 3단 구조다. 맨 위쪽 3단이 가장 뜨겁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덜 뜨겁다. 철제 난로에 물을 끼얹으니 사우나 온도가 140도까지 올라갔다. 이때 발생한 열기가 눈과 귀와 코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철제 난로에 물을 계속 끼얹는 핀란드인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이왕 왔으니 참고 견뎌보자는 마음으로 버티고 버텼다.

핀란드 사우나에서는 냉탕이 필요 없다. 사우나로 달궈진 몸을 호수에 던지면 된다. 김경록 기자

핀란드 사우나에서는 냉탕이 필요 없다. 사우나로 달궈진 몸을 호수에 던지면 된다. 김경록 기자

5분이 한계였다. 문을 박차고 나와 호수로 뛰어들었다. 후끈해진 몸을 차가운 호수에 담그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핀란드 사람은 호수를 휘젓고 다녔겠지만, 수영 실력이 모자라 얕은 물에서 놀 수밖에 없었다. 사우나와 호수를 들락거리며 느꼈던 상쾌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의 대중목욕탕에서 사우나와 냉탕을 오가는 것과 비슷한 방식인데, 핀란드는 냉탕이 드넓은 호수라는 게 다들 따름이다.

사우나와 펍 결합한 복합 레저시설도

한국 사우나에서 구운 달걀과 식혜를 먹는 것처럼 핀란드 사우나에서도 간식을 먹는 문화가 있다. 주로 소시지를 구워 먹으며 가족이나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라우하니에미 사우나는 매표소 옆에 대형 그릴이 있다. 현지인은 보통 소시지를 챙겨오는데, 3.5유로를 내면 소시지를 구워서 머스타드 소스를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여름에만 문을 여는 ‘여름 카페(The Summer Cafe)’도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를 하다가 허기가 들면 소시지를 구워 먹는다. 김경록 기자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를 하다가 허기가 들면 소시지를 구워 먹는다. 김경록 기자

최근에는 사우나와 펍을 결합한 복합 레저시설도 들어섰다. 사우나 레스토랑 쿠마(Sauna & Restaurant Kuuma)가 대표적이다. 쿠마는 탐페레의 최대 항구이자 광장 역할을 하는 라우콘토리마켓 스퀘어(Laukontori Market Square)에 위치한 새로운 개념의 휴식 공간이다. 사우나를 한 뒤 테라스에서 피하야르비(Pyhajarvi) 호수를 바라볼 수 있게끔 설계해 경관이 뛰어나다. 현대적인 공간이지만, 전통 방식 그대로 사우나와 호수 수영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지난 6월 개장한 사우나 레스토랑 쿠마.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이 달린 사우나여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6월 개장한 사우나 레스토랑 쿠마.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이 달린 사우나여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김경록 기자

쿠마 사우나의 내부는 다른 사우나와 비슷했다. 계단식 구조와 달궈진 돌에 물을 끼얹는 방식. 역시나 핀란드 사람은 피부가 익을 것 같은데도 쉼 없이 수증기를 만들었다. 배가 드나드는 시간이어서 호수 수영은 포기해야 했다. 대신 테라스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레스토랑에서는 핀란드 스타 셰프 사라 라 파운틴(Sara La Fountain)이 선보이는 핀란드 요리를 맛봤다. 호수 수영을 못한 아쉬움을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음식이 달래줬다.

쿠마 사우나의 내부. 달궈진 돌에 물을 끼얹어 수증기를 낸다. 김경록 기자

쿠마 사우나의 내부. 달궈진 돌에 물을 끼얹어 수증기를 낸다. 김경록 기자

탐페레(핀란드)=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여행정보

핀란드 최북단 지역인 '라플란드' 분위기로 꾸민 라플란드 호텔 탐페레. [사진 핀란드관광청]

핀란드 최북단 지역인 '라플란드' 분위기로 꾸민 라플란드 호텔 탐페레. [사진 핀란드관광청]

핀란드 국영 항공사 핀에어(finnair.com)가 인천~헬싱키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 약 9시간 소요. 탐페레는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187㎞ 떨어져 있다. 기차로 2시간 거리다. 라우하니에미 사우나 입장료는 어른 7유로(약 9000원), 어린이 3.5유로다. 연중무휴이며, 평일은 오후 3~8시, 주말은 오후 1~8시 이용할 수 있다. 사우나 레스토랑 쿠마는 이용 시간에 따라 어른 10~15유로, 어린이 8유로다. 숙소는 라플란드 호텔 탐페레(Lapland hotel tampere)를 추천한다. 탐페레의 랜드마크 탐페레 홀에서 걸어서 3분 거리다. 핀란드는 한국보다 6시간 느리고, 이웃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과 달리 화폐로 유로를 쓴다. 9월 기온은 9~15도다. 자세한 정보는 핀란드관광청 홈페이지(visitfinland.com/ko)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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