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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이드·계산원·통역사 … 국산 로봇은 진화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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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호 11면

[하선영의 IT월드] 빨라지는 ‘생활 로봇’ 시대

#1. 편의점에 들른 손님이 로봇 ‘브니’에게 “도시락 좀 추천해줄래?”라고 묻는다. 로봇은 “(가수) 토니가 선택한 도시락이 있어요”라며 치킨·돈가스 도시락 등을 추천해줬다. 이 로봇은 편의점 운영과 관련한 1000가지의 상황을 숙지하고 있다.

공감·소통하는 반려로봇 인기 #가격 60만원대로 대중화 가속 #편의점 일 1000가지 하는 로봇도 #스타트업 - 대기업 협력 개발 늘어 #R&D 늘려 글로벌 경쟁력 키워야

#2. 지난 3월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는 25년간 휠체어를 탄 장애인 테니스 국가대표 이용로씨가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 슈트’를 착용하고 두 발로 걸어 성화를 봉송했다. 이 로봇을 장애인이 착용하면 평지 걷기는 물론 계단과 징검다리 건너기도 가능하다.

최근 들어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이 개발한 로봇들이 시중에서 연달아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봇들은 편의점·음식점 등은 물론이고 카페·서점에서 인간 직원들의 여러가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환자들을 위한 로봇들도 주목을 받는다.

국내 최초로 서비스 로봇을 상용화한 퓨처로봇은 ▶통역·안내 로봇 ‘퓨로-D’ ▶고객 응대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인공지능(AI) 캐셔 로봇 ‘퓨로 데스크’ ▶원격으로 의사와 협진이 가능한 ‘퓨로-M’ 등을 개발했다. 지난달 열린 용산 로봇 페스티벌에서는 퓨처로봇이 개발한 로봇 ‘엘리’가 관람객들에게 커피를 판매했다. 엘리는 퓨처로봇의 결제 로봇 ‘퓨로 노바’와 로봇 팔, 전자동 커피머신을 연결해 특별히 제작한 카페 로봇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모양을 하고 관람객들의 통역을 맡았던 ‘퓨로-D’는 최근 잠실 롯데월드 식당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키 165㎝, 무게 88㎏의 퓨로-D는 사용자와 시선을 맞추고 눈을 깜빡이는 등 사람과 비슷한 제스처를 자연스럽게 취한다. 사용자와 주고받은 대화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함으로써 기능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KAIS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삼성전자를 다니다 퇴사한 후 2009년 퓨처로봇을 설립했다. 송 대표는 “사회·공간 지능과 더불어 인간과의 소통 능력까지 갖춘 소셜 로봇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공공 빅데이터 등을 얼마만큼 잘 활용하는지가 국산 로봇들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 로봇들이 군사·산업 현장에서 특수한 업무를 맡기기 위한 용도로 많이 제작됐다면 최근에는 소셜 로봇, 반려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일본 소니가 개발한 ‘아이보’가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반려 로봇에 대한 일본인들의 수요 덕분이다. 눈동자에 장착된 카메라 2대는 자주 보는 사람을 인식하고 편하게 대하는 등 반려동물 같은 역할을 한다.

일본에 ‘아이보’가 있다면 국내에는 반려 로봇 ‘파이보’가 있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 서큘러스가 개발한 파이보는 키 35㎝, 몸무게 1.6㎏의 가볍고 작은 로봇이다. 뉴스 요약 서비스, 일정 관리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아침 출근길에 “오늘 날씨는 30도, 습도는 85%야. 비가 올 예정이니 우산챙겨! 난 잘 모르겠지만 너는 불쾌할 수 있겠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파이보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도 사업 협업 제안을 받는 등 외국에서 더 관심이 많다. 연내 정식 출시될 이 로봇은 가격이 60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게 이 회사의 주요 모토 중 하나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원더풀플랫폼의 가정용 로봇 ‘푸딩’은 30만 원대로 로봇의 높은 가격 장벽을 허물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는 자체 기술로 개발했지만 하드웨어는 중국의 힘을 빌렸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업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로봇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정한 LG전자가 가장 먼저 투자한 로봇 기업은 문을 연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 SG로보틱스다. 이 회사는 공경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세웠다. 공 교수는 척추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 뇌성마비 환자 등을 위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가 점찍은 또 다른 스타트업 아크릴은 공감형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고객에게 기계적인 딱딱한 문장이 아닌 “가족 여행 가시나 봐요, 즐거운 여행되세요”와 같은 친근한 문장을 말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있는 로봇 ‘브니’는 롯데정보통신과 롯데카드, 퓨처로봇 등이 3개월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출시한 로봇이다. 미래형 커머스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유통 기업들에 로봇은 필수재로 떠올랐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기획부문장은 “카운터를 지키면서 상품 발주, 매장 진열 등의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는 편의점의 고충을 로봇이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철우 퓨처로봇 개발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면 로봇 기술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네이버의 기술연구 자회사 네이버랩스와 손잡고 연말까지 실내 정밀 지도 제작 로봇 ‘M1’과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M1’과 ‘어라운드’ 모두 네이버랩스가 지난해 개발한 로봇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 로봇들이 기존 서비스 로봇 대비 제작비가 10분의 1 수준인 데다 공장·호텔·주유소 등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로봇 산업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운대가 지난해 실시한 ‘로봇산업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로봇 산업의 무게 중심이 제조용 로봇에 치우쳐 있고 서비스 로봇도 교육·완구용 로봇 위주로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조사 연구를 주도한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비교했을 때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밀린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로봇의 품질·가격·인적자원 경쟁력 부문에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운규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국내 산업용 로봇 기업들이 대부분이 영세하다”며 “중소기업들과 대기업들의 로봇 협업 시장을 대폭 확대해 전체 로봇 산업 생태계를 피우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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