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깊어가는 ‘9·9절 고민’ … 시진핑도 참석 않나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大)경사”라고 강조했던 정권수립일인 일명 ‘9·9절’이 약 열흘 뒤로 다가왔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최근 북·미 교착 국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올해 상반기를 남북 및 북·미, 북·중 정상회담으로 숨 가쁘게 보낸 김 위원장은 9·9절을 대내외적으로 외교 활동 성과를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미 협상 난항으로 김 위원장의 이런 구상은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비밀 편지, 미국과 갈등만 키워 #정권수립일 행사 축소 가능성

지난 24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비밀 서한을 보냈다는 것도 이런 고민의 일단을 보여준다. 비밀 서한 후폭풍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취소한 것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김 위원장의 고민이 깊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 개인 명의로 담화를 공개 발표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라는 역풍을 맞은 기억이 있는 김 위원장이 이번엔 ‘비밀 서한’이라는 카드를 썼을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으로선 미국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9·9절 행사를 치러야 한다는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5월 개인 담화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비밀 서한이라는 형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밀 서한도 결과적으론 북·미 갈등을 키웠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9·9절을 대내용 행사로 축소해 로키(low key)로 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하는 대신 고위급을 대신 보낼 수 있다는 얘기도 중국 측에서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관리들이 ‘9·9절에 어떤 급에서 갈지 결정 안 됐다’고 전했다”며 “시 주석은 참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