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매티스 한·미훈련 발언에 “사전 논의 없었다” 당혹

중앙일보

입력 2018.08.30 00:20

업데이트 2018.08.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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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한·미 연합훈련 재개’ 발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김영철 협박 편지’ 후폭풍
남북 정상회담 영향 미치나 촉각
“9월 회담 역할 커져” 강조했지만
보름 넘게 구체 일정도 못 잡아
문 대통령 운전자론 시험대 올라

김의겸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한·미 간에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논의 요청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것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연합훈련 재개 방침이 한국 정부와 논의 없이 매티스 장관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됐음을 인정한 말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대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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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를 근거로 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워게임(war game) 중단” 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훈련 재개를 발표했다는 것은 북한 비핵화 조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김 대변인은 ‘한·미 공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 유예는) 당해 군사훈련에만 적용됐던 것으로 안다. (향후 일정은) 비핵화 논의 진전을 봐가며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다음달 남북 정상회담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북·미가 교착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데 남북 정상회담의 역할이 훨씬 커졌다”며 “남북 정상회담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센토사 합의’에서 나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 등 두 가지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의 동의사안이라기보다 판문점선언 후속조치의 중요 부분이며 미국도 충분히 이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선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더라도 회담의 성격은 이미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당초 남북이 9월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을 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서 틀림없이 비핵화에 대한 핵무기 리스트 등 구체적 답을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성격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비핵화와 관련한 ‘선물’을 준다면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경제협력 방안 등을 조율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취소됐고 미국은 연합훈련 재개를 일방 선언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났을 때 비핵화 조치에 실질적 진전을 얻어내야 한다는 부담도 더욱 커졌다.

실제로 “남북회담이 더 필요해졌다”는 청와대의 말과는 달리 남북은 지난 13일 회담 개최에 합의한 지 보름 넘도록 구체적 회담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협력 사업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북은 개성공단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열기로 했지만 북한은 북·미 관계가 경색된 이후 묵묵부답이다. 대북제재 해제를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인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도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대북관계는 사실 청와대의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진전돼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난관은 예상했다”며 “다만 6월 북·미 회담까지는 큰 영향을 주지 않던 ‘북·중 관계’와 이에 대한 미국의 태도라는 변수가 확대되면서 정상궤도를 찾는 과정이 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용수·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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