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메달 8개 중 4개 따고 … 양궁 대표팀 “죄송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금메달을 내보이는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 장혜진, 최보민, 최용희(왼쪽부터). [사진 대한체육회]

금메달을 내보이는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 장혜진, 최보민, 최용희(왼쪽부터). [사진 대한체육회]

양궁 대표팀은 28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리커브 남자 개인전과 남·녀 컴파운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대회 초반 여자 개인전과 혼성전 노메달의 충격을 씻어냈다. 하지만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한국은 8개의 금메달 중 7개를 노렸으나 금 4개, 은 3개, 동 1개 수확에 그쳤다. 특히 2016 리우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싹쓸이했던 리커브 종목에서 금 5개 모두를 노렸으나 2개에 그쳤다.

경기 방식 변화로 독주 어려워져 #‘당연히 금메달’ 분위기도 부담

3관왕 후보로 꼽히다 단체전 금메달 하나에 머문 세계랭킹 1위 장혜진(31·LH)은 “양궁에 관심 가져주시고 금메달을 기대했는데 보답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김성훈 총감독도 “국민의 염원에 보답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했다. 8년 만에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김우진(26·청주시청)도 마냥 웃진 못했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한국 양궁은 8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세계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당연히 기대치가 높다.

이번 대회에서 양궁 대표팀의 기량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72발을 쏘는 랭킹 라운드에선 8종목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강채영(22·경희대)과 오진혁(37·현대제철)은 혼성전 세계기록까지 세웠고, 리커브 여자 개인전에선 우리 선수가 1~3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금메달은 만만치 않다. 양궁은 아시아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궁은 아시안게임 수준이 올림픽과 별 차이가 없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그런 아시안게임에서 금 4개를 딴 한국의 성적은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 독식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양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올림픽 보다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대회 경기방식 변화로 한국의 독주는 어려워졌다. 2010년 개인전, 2016년 단체전부터 세트제가 도입되면서 단 세 발로 세트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졌다. 대한양궁협회는 대회 방식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선발전에서 싱글라운드, 리그전, 토너먼트, 기록은 물론 슛오프(동점시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제도)까지 채점했다.

심리적인 요소가 점점 커짐에 따라 멘탈 트레이닝을 받고, 관중이 많은 야구장에서 모의경기를 하는 등 훈련방식도 다각화했다. 그럼에도 경쟁국과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훈련법이나 경기 운영을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익혔다.

‘당연히 금메달’이란 압박감도 선수들에게 무게로 다가온다.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해 이번 대회 해설위원으로 나선 기보배(30)는 “항상 눈높이가 금메달이기 때문에 양궁 선수들이 갖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 최고참 최용희(34·현대제철)는 “아시아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됐다. 지금보다 더 강한 정신 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아시안게임 8/30

오늘의 아시안게임 8/30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