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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도 못 이룬 기록'... 남자 탁구의 의미있는 '9회 연속 단체전 결승'

중앙일보

입력

28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정영식이 득점하자 이상수(맨 왼쪽) 등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정영식이 득점하자 이상수(맨 왼쪽) 등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년 만에 넘어보려 했는데, 쉽지 않네요"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지엑스포 탁구경기장.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단체전 결승을 치른 뒤 김택수(48) 감독의 표정에선 진한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이날 오전 인도를 3-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만리장성' 중국을 맞아 2단식에 나온 정영식(미래에셋대우), 3단식에 출전한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이 분전했지만 아쉽게 0-3으로 완패해 은메달을 땄다. 김 감독은 "우리도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지만, 중국이 준비를 많이 하고 나왔다. 중국 선수들이 독을 품은듯이 워낙 좋은 플레이를 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이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이 28일 자카르타 국제엑스포에서 열렸다. 한국 정영식이 중국 판젠동과 경기하고 있다 .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이 28일 자카르타 국제엑스포에서 열렸다. 한국 정영식이 중국 판젠동과 경기하고 있다 .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하지만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한 아쉬움 못지 않게 선수들이 느꼈던 감정은 또 있었다. 바로 압박감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사실 압박을 많이 받았다. 잠을 못잘 정도로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한국 탁구는 1986년 서울 대회부터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9회 연속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앞서 아시안게임 8번을 치르면서 한국 탁구는 남자 단체전만큼은 한번도 결승 진출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이는 중국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탁구 단체전은 1958년 도쿄 대회부터 치러졌다. 여기서 중국 남자 팀은 역대 9차례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자국에서 열린 1990년 베이징 대회 때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고, 동메달에 그친 적이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이 28일 자카르타 국제엑스포에서 열렸다. 한국 장우진이 중국 왕추쉰과 경기하고 있다 .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이 28일 자카르타 국제엑스포에서 열렸다. 한국 장우진이 중국 왕추쉰과 경기하고 있다 .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전력이 평준화돼 아시아 국가들의 전력이 올라선 만큼 이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이 곧 올림픽과 같단 말이 돌 만큼 대회 수준은 늘 높았다. 이번 대회에선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를 위해 정예 멤버가 아닌 2진급이 출전했지만 홍콩, 대만, 북한 등 다른 나라들은 정예 멤버들이 나섰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이상수와 김동현(이상 국군체육부대), 임종훈(KGC인삼공사), 정영식, 장우진은 진천선수촌에서 피나는 훈련을 했다. 김 감독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정말 준비 많이 했다. 선수들이 잘하려는 의지와 집념이 있었다"면서 "그렇게 해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고마웠다"고 준비 과정에 대해 만족해했다.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대만을 3-1, 8강에서 북한을 3-2로 누르는 등 기세를 높였다. 그리고 결승에서 중국을 맞아 선수들이 크게 주눅들지 않았다. 정영식과 장우진은 매 세트마다 상대와 대등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한 끗' 차이로 둘은 나란히 세트 스코어 1-3으로 졌다. 한국 남자 탁구는 1986년, 1990년 대회 땐 2회 연속 단체전 정상에 올랐지만,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7회 연속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을 땄다.

28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수, 정영식, 김동현, 장우진, 임종훈. [연합뉴스]

28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수, 정영식, 김동현, 장우진, 임종훈. [연합뉴스]

그래도 한국 남자 탁구는 또한번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 올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이번 준비 과정을 통해서 더 성장했다. 주세혁, 오상은, 유승민이 나섰던 2012년 런던올림픽 후에 걱정을 많이 갖는 시선도 있었지만, 매년 우리 선수들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 김 감독이 향하는 시선은 2020년 부산 세계선수권, 그리고 도쿄올림픽이다. "다음엔 중국을 넘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준비하겠다"는 김 감독의 목소리에선 결연함이 느껴졌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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