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 송해, 팬들의 과한 요구에도 항상 웃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26)

오늘의 연주는 이봉조 작곡의 ‘꽃밭에서’다. 이곡은 가수 정훈희가 1979년 칠레국제가요제에서 불러 최고인기가수상을 받았다. 훗날 가수 조관우가 리메이크해 화재가 되기도 한 곡이다.

‘이렇게 좋은 날엔 내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서정적이고 순수한 소녀의 감성이 넘친다. 클래식 기타는 반주와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악기 중 하나다. 기타의 울림은 첼로처럼 지속되지 않는다. 그저 ‘띵~’하고 울린 뒤 곧 사라질 뿐이다. 그래서 음과 음 사이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런 기타의 특성이야말로 기타의 본질적인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지하철로 출근하는 송해 선생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 나는 항상 열차의 맨 앞칸 쪽으로 간다. 앞쪽이 아무래도 한가하기도 하고, 매일 앞쪽으로 발걸음을 향하다 보니 이제는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열차 앞쪽을 향하게 된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면 나 말고도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지하철을 타러 나오는 분이 있다. 바로 송해 선생님이다. “안녕하세요” 하고 목례를 하면 “네네~” 하며 특유의 미소로 받아 준다.

송해 선생님은 매일 같은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 우거지 국밥에, 오후 4시 사우나까지 항상 같은 동선을 다닌다고 한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다. 이른바 항상 일정한 ‘리츄얼(ritual, 의식절차)’을 실행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송해 선생님은 매일 같은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항상 일정한 '리츄얼'을 실행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리츄얼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와도 닮았다. [일간스포츠]

송해 선생님은 매일 같은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항상 일정한 '리츄얼'을 실행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리츄얼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와도 닮았다. [일간스포츠]

송해 선생님의 이런 리츄얼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와도 닮았다. 칸트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아 다들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생을 규칙적인 생활을 한 덕에 81세를 살았다. 그 당시로는 상당히 오래 산 편이다.

칸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홍차를 마시며 일과를 시작한다. 7시에 강의를 하고 9시에는 집필을 한다. 오후 1시가 되면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하고, 3시가 되면 산책을 하는 일을 평생 실천했다. 산책 시간은 어김없이 지켰다. 칸트가 회색 코트를 입고 지팡이를 손에 든 채 문을 나서 보리수나무 길을 지날 때가 정확히 오후 3시 반이었다. 주민들은 칸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도 있다.

“전국~~! 노래자랑~~!” 방송 시작을 알리는 이 목소리 없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아흔이 넘어서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건강, 경쟁이 치열한 방송가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능력은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송해 선생님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것 말고 숨은 내공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아흔이 넘어서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건강, 경쟁이 치열한 방송가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일간스포츠]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아흔이 넘어서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건강, 경쟁이 치열한 방송가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일간스포츠]

첫 번째는 송해 선생 것을 보면 어떤 이야기든 귀를 기울여 잘 들어준다.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어떤 출연자는 말을 조리 있게 못 하고 횡설수설해 답답하기도 할 것 같은데, 송해 선생님은 출연자의 사연에 끝까지 귀를 기울이고 같이 웃고 같이 울어 준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하면서 자기의 말이 앞서는 꼰대와는 거리가 멀다.

방송인 유재석 씨도 남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잘 들어준다. 국민 MC로 장수 하는 비결이다. 역시 올바른 충고보다는 공감하면서 들어주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훨씬 유리하다.

두 번째, 송해 선생님은 몸을 사리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손자뻘도 안 되는 출연자와 함께 춤을 춘다. 때로는 무대 바닥에 주저앉아 밥상을 받고, 처음 보는 출연자와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한다. 사실 아흔이 넘어 춤을 추거나 바닥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것도 상당히 부담될 만도 한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송해 선생님은 항상 감사 할 줄 알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송해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드리곤 하는데, 그때마다 웃는 얼굴이다. 나한테 뿐이 아니다. 가끔은 지하철 안에서 승객들이 인증샷을 찍어달라고 하거나 악수를 청하거나 귀찮게 하는데도 한 번도 언짢은 표정 없이 잘 받아 준다.

어느 방송에선가 팬들이 다소 과한 요구를 해도 항상 웃는 얼굴로 받아 주는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이 사람들 덕으로 먹고사는데 잘 해드려야지” 하고 웃어넘겼다. 그 모습에서 어떻게 송해 선생님이 91세가 되도록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나도 송해 같은 의사 되고 싶어"

아픈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고귀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진 freepik]

아픈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고귀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진 freepik]

의사도 환자를 대할 때 내 가족을 대하듯이 환자의 아픈 곳, 어려운 곳을 잘 들어주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의사보다는 직접 환자를 만지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픈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고귀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러한 초심을 평생토록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의사든 아니면 다른 직업이든 평생의 성공과 행복이 보장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깨달음이 묵상이나 고행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치열한 삶을 헤쳐 나가면서 깎여지고 닳아지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깨달음이다. 그리고 깨달음은 관념 속에만 있지 않고 그 사람의 삶 속에 녹아나 실천되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송해 선생님의 삶은 우리에게 교훈 주는 바가 크다. 나도 송해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