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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경 전 통계청장 "윗선 말 듣지 않아 경질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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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경 전 통계청장. [연합뉴스]

황수경 전 통계청장. [연합뉴스]

황수경(55) 전 통계청장이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라며 부실 통계 책임을 반박했다고 이데일리가 27일 보도했다.

황 전 청장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계동향조사 소득 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된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경질 사유를) 모른다. 그건 (청와대) 인사권자의 생각이겠죠”라고 답했다. 이어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청와대가 지난해 7월 취임한 황 전 청장을 13개월 만에 면직하고 강신욱(5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신임 청장에 임명하자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논란 때문에 황 전 청장이 경질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1·2분기 통계청 조사에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한 해 전보다 각각 8%와 7.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통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역효과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자 진보 진영에서는 통계청이 지난해 5500가구였던 표본 가구 수를 올해 8000가구로 늘리는 과정에서 저소득 가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해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착시 현상’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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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1대 청장(2008년 3월~2009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에 조기에 물러난 황 전 청장의 이임식은 이날 정부대전청사 후생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그는 이임사에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며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전 청장은 “최근 주장은 다를지언정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치열하게 그것을 기반으로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또 “국가 통계는 이처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청장은 이같은 이임사를 밝히면서 이임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황 전 청장은 휴직 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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