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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7일 만에 밑천 드러난 박원순의 부동산 정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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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요일인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방문 중에 느닷없이 발표했던 계획이다. 여의도는 통째로 재개발하고, 용산에는 대규모 광장과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 여파로 한동안 진정세를 보였던 서울 부동산값이 여의도·용산 일대를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앙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었지만, 박 시장은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내 권한”이라고 맞섰다.

박 시장은 한 달 동안의 삼양동 옥탑방 살이를 끝낸 지난 19일에는 ‘강북 플랜’을 내놓았다. 경전철 확대 등으로 강북 집값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강남·북 균형’을 말했다. 옥탑방 세입자 생활을 하고서는 ‘내 집’ 꿈을 꾸는 서민이 아니라 건물주를 위한 정책을 들고나온 셈이다. 그 뒤 서울 강북 외곽지역에서도 아파트 거래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를 거둬들이기에 바쁘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정부 관리 말을 믿고 여분의 집을 처분한 사람들은 “믿은 내가 바보”라며 한탄한다.

박 시장은 강북 플랜은 고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완전 회군’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7년간 도시 개발 사업에 반대하며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만 벌여 왔다. 그랬던 그가 3선 시장이 된 뒤 ‘부동산 정치’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시장은 메르스 감염자 공개, ‘청년수당’ 지급 강행, 미세먼지 많은 날 대중교통 요금 면제 등 중앙정부 정책과 동떨어진 돈키호테식 시정을 펼치기도 했다. ‘큰 꿈’을 꾸는 것은 자유지만 무엇이 진정 국민을, 서울시민을 위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