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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선 이해찬호’ 출범, 당에 힘실리나…책임총리 이어 책임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내 최다선(7선)으로 친노 좌장 역할을 해온 이해찬(66) 의원이 새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청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가 지난 25일 전대에서 당선된 뒤 밝힌 취임 일성이 “강한 민주당”이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의원이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의원이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내에선 전임 추미애 대표 체제에서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만 다녔다는 지적이 거셌던 만큼 ‘강한 여당 대표’를 내세워 당의 존재감을 키우자는 표심이 이번 전대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당직자는 26일 “이 대표는 지금 당청관계가 정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시간을 두고 청와대를 향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이 대표를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게 청와대 수석들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봐도 이 대표의 임기 2년은 문재인정부 집권 중반(2~4년차)에 해당된다. 여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저하되고, 여당이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면이다. 특히 이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도 쥐고 있다.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후보가 추미애 전 대표로부터 당 기를 전달받고 흔들고 있다.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후보가 추미애 전 대표로부터 당 기를 전달받고 흔들고 있다.

다만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극심한 당청 갈등 때문에 선거에서 줄줄이 참패했던 ‘학습 효과’를 고려하면 이 대표가 당장은 당청 화합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철통같은 단결로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공동운명체다. 문재인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26일 오후 10여분간 축하 전화를 나눴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장시간 경선을 치르느라 힘드셨을 텐데 완주하고 승리해 기쁘다. 당청관계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고 했고, 이 대표도 ‘감사하다. 당정청 관계를 긴밀히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입법 문제는 당에서 크게 도와주셔야 한다. 조만간 지도부를 모시고 식사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전당대회에 불참하는 대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당원 동지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전당대회에 불참하는 대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당원 동지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면 캡처]

이해찬, 28일 이희호 9월1일 권양숙 여사 예방 

이 대표는 앞으로 당ㆍ정ㆍ청 회의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노무현정부 때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책임총리’로서 매주 당정청 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부ㆍ여당 내 의견조율을 했다. 이번에도 청와대가 이 대표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 ‘책임 대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이 대표에겐 ‘당 장악’이 선결 과제다. 이 대표는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율(42.9%)를 당선됐다. 송영길(30.7%)ㆍ김진표(26.4%)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따돌렸지만, 경선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의 분화’라고 할 정도로 당내 균열이 생겼다.

이 후보로선 86 세대와 비문재인계 중진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이 대표가 27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 등을 포함시킨 것이나 이희호(28일), 권양숙 여사(9월1일)를 예방하는 것도 당내 계파를 두루 감안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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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전대에서 최고위원 당선자는 박주민(초선)ㆍ박광온(재선)ㆍ설훈(4선)ㆍ김해영(초선) 의원 순으로 뽑혔다. 남인순(재선) 의원은 여성 몫으로 한자리 배정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안정형 당 대표’에 힘을 실어준 당심이 최고위원 구성에선 세대 교체를 선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새 최고위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당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 선거 당락을 좌우한 건 권리당원이었다”며 “권리당원의 지지율로 현장 투표를 뒤집은 후보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주민 의원은 대의원 득표율은 14.7%로 박광온ㆍ설훈 의원보다 낮았지만, 권리당원 득표율이 27.0%로 압도적 우위를 점해 최종 1위를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전체 권리당원 71만여명 중 24만6496명이 투표(34.7%)했다.
현일훈ㆍ하준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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