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 줘유~',‘맞습니다.맞고요~’…'정수리 연설' 이해찬의 필승 전략

중앙일보

입력 2018.08.26 14:38

업데이트 2018.08.26 14:47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해찬 신임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된 것 중 하나는 대중연설이다. 원고를 보고 읽는 ‘정수리 연설’(청중에게 정수리를 보인다는 의미)이 많다 보니 청중의 큰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25일 1만5000여 명의 대의원 앞에서 한 마지막 후보 연설은 뭔가 조금 달랐다. 일각에선 회심의 카드를 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당 대표 경선에서 "한 표 줍쇼" "한 표 주이소"를 외치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당 대표 경선에서 "한 표 줍쇼" "한 표 주이소"를 외치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9분간의 이 대표 연설 중 두 차례 큰 웃음이 터졌다. 첫 번째는 이런 표현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맞고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성대모사다. 당시 개그맨들이 따라 하며 유행했던 노 전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이 대표가 구사했다. 그는 “노무현 정신이 무엇이었습니까? 지역주의 타파,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아니었습니까?”라고 원고를 읽은 뒤 노 전 대통령이 자주 쓰던 “맞습니다. 맞고요”로 ‘자문자답’을 했다. ‘친노 좌장’이라는 상대편의 공격 포인트를 뒤틀어 오히려 장점과 유머로 승화시킨 작전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 폭소는 ‘한 표 줍쇼’ 패러디에서 나왔다.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한 끼 줍쇼’를 패러디한 ‘한 표 줍쇼’는 이번 선거에서 이 대표를 상징하는 유머 코드였다. 이 대표와 늘 동행했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3인으로 컷오프가 되기 전부터 시작해 16번의 대의원대회 합동 연설 중 14번 이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처음 듣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 꿋꿋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한 표 주랑께’도 준비한 이해찬 대표

마지막 연설 때는 약간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저 이해찬 호소합니다. 한 표 줍쇼!’에 이어 ‘한 표 주이소~’ ‘한 표 줘유~’를 외쳤다. 경상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를 적절히 활용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려 한 것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사실 이 대표가 연설 전 ‘한 표 줍쇼’를 호남 사투리로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한 표 주랑께’도 사용할까 고민하다 막상 사용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히 나온 사투리가 아니라 지역 당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서 치밀하게 사전 연습한 연설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의원실 막내 비서 박예슬씨와 함께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에서도 이 대표는 마지막 멘트로 “한 표 줍쇼”를 외쳤다. 이 대표가 “안 주면 라면 먹어야지”라고 덧붙이자 박 비서는 “개그 욕심이 있으신 것 같다”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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