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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7선 이해찬 대표' 당선된 전당대회 불참···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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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여당 전당대회 때 참석해 환호를 받았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수락연설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수락연설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이 불참한 이유는 뭘까.

청와대 핵심인사는 27일 “문 대통령이 당초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지만, 태풍 ‘솔릭’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감안해 불참이 결정됐다”며 “태풍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당대회에 출석해 축사하는 게 바람직한지 등이 감안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불참 사실은 23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민주당에 전달됐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이해찬 신임 대표와의 미묘한 관계 등을 감안해 불참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 관계자는 “태풍 피해 가능성 외에 다른 정치적 계산이나 의도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불참하는 대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당원 동지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용과 분배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의 불협화음까지 노출되는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에서 “우리 당은 하나가 될 때 승리하고 분열할 때 패배했다”며 “당과 문재인 정부는 공동운명체다. 문재인 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해찬 신임 대표의 당선 이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개별적 입장을 통해 이 신임 대표에게 ‘협치’에 대한 기대를 내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이날 “이 대표는 의회주의자이자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경륜을 가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국회에서 흔치 않은 정책 전문가로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랜 정치 동지그룹으로서 소통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간담회 등을 포함해 문 대통령과 격의 없는 다양한 소통 채널이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전임 대통령들은 첫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과 지지층에게 직접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기회로 활용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8월 9일 열린 전당대회에 새누리당 당색인 빨간색 옷을 입고 입장해 당시 논란이 됐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의 정당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에 앞선 2014년 7월 14일 전당대회 때도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환호하는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환호하는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축사에서 ”미국 소고기 수입 문제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나. 정부가 비난받을 때 얼마나 마음이 착잡했느냐”며 당원들을 다독이는 기회로 삼았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 패배 후 치러진 그해 전당대회에는 불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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