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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태양광 패널 태풍에 올킬?…"강풍 견디지만 산사태가 오히려 위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3일 제주시 삼양동에서 태풍에 날려 옆집 덮친 태양광발전 패널. [연합뉴스]

지난 23일 제주시 삼양동에서 태풍에 날려 옆집 덮친 태양광발전 패널. [연합뉴스]

태풍 '솔릭'이 상륙을 앞둔 지난 23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강풍에 태양광 패널이 날아가거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내용도 회의 안건에 포함됐다.
솔릭 이후, 태양광 패널은 어떻게 됐을까.
산업통상자원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제주 주택가에서 강풍에 날아간 사례 외에는 큰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태양광 패널 초속 50m 바람 견디게 설계 #솔릭, 초속 32m 예보됐지만 실제론 약화 #강풍보다 부실한 지반 공사가 더 문제

유리창처럼 넓적한 직사각형 모양의 태양광 패널은 솔릭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전문가들은 '멀쩡한 태양광'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예상 경로를 벗어나면서 태풍 세기가 시시각각 약해졌다. 제주에 도달할 때까지만 해도 초속 62m를 기록했지만 급속도로 세력이 약해지면서 최대 풍속 35m까지 줄어들었다.

태풍 '솔릭'이 제주를 통과한 23일 제주시 삼양소규모노인종합센터 옥상에 있던 태양광 패널이 강풍에 뜯겨 떨어지면서 전봇대가 부러지고 주택을 덮쳤다. [뉴스1]

태풍 '솔릭'이 제주를 통과한 23일 제주시 삼양소규모노인종합센터 옥상에 있던 태양광 패널이 강풍에 뜯겨 떨어지면서 전봇대가 부러지고 주택을 덮쳤다. [뉴스1]

전문가들은 "태양광 패널은 기본적으로 태풍에 끄떡없다"는 입장이다. 토목공학 석사와 에너지공학 박사인 이종조(49) '금강ENG' 대표는 "태양광 패널은 보통 초속 50m의 풍하중(바람 무게)을 견디게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 양오봉(56)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패널은 강풍이나 우박에 부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오봉 교수와 일문일답.

태양광 패널이 강풍에 날아갈 가능성이 있나.
"거의 없다. (태양광 구조물을) 밑에 있는 파운데이션(기반)에 깊게 안 박으면 시멘트가 들릴 위험성은 있다. (구조물은) 바닥에 시멘트를 바르고 박게 돼 있다."
부서질 가능성은.
"패널 재료 자체가 강해 부서질 수 없다. 강화유리로 돼 있는 데다 이미 (생산 전) 태풍뿐 아니라 우박·돌이 떨어지는 경우 등 다양한 테스트를 받는다." 
2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한 야산에서 지난달 산사태로 무너진 태양광 발전 시설이 여전히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청도=김정석기자

2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한 야산에서 지난달 산사태로 무너진 태양광 발전 시설이 여전히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청도=김정석기자

테스트는 어디서 하나.
"모듈(패널)은 국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절개지나 기반이 약해 (구조물이) 들릴 수 있지만, 패널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  
패널을 여러 개 붙이면 바람에 취약할 것 같은데.
"패널을 연달아 설치하더라도 (구조물을) 고정시킬 때 기반이 약하거나 고정한 나사가 풀려 날아가는 경우이지, 깨지는 경우는 없다."
22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국도 58호선 옆 산비탈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붕괴 현장에서 응급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22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국도 58호선 옆 산비탈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붕괴 현장에서 응급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바람보다는 지반을 강하게 다지지 않고 만들 경우 파손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이종조 '금강ENG' 대표는 "밭에 지은 집과 산에 지은 집이 (지반이) 다르듯이 태양광 패널도 일반 건축물과 똑같다"며 "태양광 패널이 취약하다기보다는 설치 방법이나 기술에 따라 무너질 위험이 높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태양광 패널은 강풍으로는 날아가지 않나.
"보통 풍하중(물체가 바람을 이겨내는 힘) 설계가 초속 50m로 돼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초속 40m였다."
국내에선 인증을 어디서 하나.
"한국에너지공단에서 한다. 공단에서 직접 하진 않고, 공단이 정한 외부 인증 기관에 맡긴다. 시중에 나오는 태양광 패널은 공단에서 인증한 거다."
밭이나 산비탈 등 설치 장소에 따라 위험성이 다를 것 같다.
"태양광 시설도 일반 건축물과 똑같다. 집도 산에다 지은 것과 전답에 지은 게 다르지 않나."
2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한 야산에서 지난달 산사태로 무너진 태양광 발전 시설이 여전히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청도=김정석기자

2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한 야산에서 지난달 산사태로 무너진 태양광 발전 시설이 여전히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청도=김정석기자

태양광 패널 크기는 제각각인가.
"거의 똑같다. 모듈(패널) 한 장에 조그만 셀(cell)이 있는데 셀이 60개가 들어가면 60셀(cell)이라 하고, 72개가 들어가면 72셀이다. 이 2개가 우리나라에서 95% 이상 쓰인다. (둘 다) 가로 길이는 1m로 같다. 60셀의 세로 길이는 1.6m, 72셀은 1m95㎝ 정도다."  
패널 무게는 얼마나 되나.
"하나당 25㎏ 정도다."
보통 패널을 이어붙이는데.
"태양광 모듈(패널) 하부 구조물을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000장, 2000장 붙일 수 있고, 10장만 붙일 수도 있다."
구조물은 어떻게 구성되나.
"보통 땅에 콘크리트 기초를 치고(바르고), 그 위에 철제 기둥을 세운다. 그리고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를 설치한다. 그 다음 태양광 모듈(패널)을 설치하기 위해 펄린(purlin·지붕 받치는 도리)이라는 부재를 댄다. 그 위에 패널을 조립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건축)구조기술사들이 설계한다."
지난 22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국도 58호선 옆 산비탈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붕괴 현장에서 응급 복구가 한창이다. [뉴스1]

지난 22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국도 58호선 옆 산비탈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붕괴 현장에서 응급 복구가 한창이다. [뉴스1]

일반 건축도 짓는 방식이 다른데.
"태양광 패널 설치의 전형적인 방식은 콘크리트 기초를 치는 거다. (최근엔) 환경부나 산림청에서 훼손을 적게 하라고 해 땅을 안 건드리는 '앵커' 방식을 선호한다. 굉장히 큰 나사못을 돌려 땅에 박고 기둥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원지형을 거의 안 건드리고 할 수 있다. 폐단도 있다. 모래밭에 나사 박는 것과 진흙밭에 박는 것은 빠지는 정도가 다르다. 나사도 넓은 게 있고, 좁은 게 있다. 깊이 박을 게 있고, 얕게 박을 게 있다. 지질에 맞게 정확히 계산하고 나사를 박으면 굉장히 좋은 방식이지만, 면밀한 검토 없이 박으면 쉽게 빠져버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태양광 발전 시설이 급격히 늘었다. 태풍이 오면 대부분 쓰러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큰 태풍이 서너 번 있었다.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근에 급격히 늘었다고 해도 비슷한 비율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본다. 사실 5~6년 전만 해도 개념 없이 시공하는 분들이 있었다. 지금도 비양심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공 품질과 기술 기준이 나아졌다. 사고 난 현장에 가보면 사고 날 만하게 시공했다. 너무 약한 나사를 쓰거나, 볼트를 써야 하는데 너트를 쓰는 식이다. 앵커 타입은 깊이 박아야 하는데 모래가 많은 사질토에 박아 놓으면 당연히 뽑히게 돼 있다. 배수로의 경우도 40㎝짜리를 묻어야 하는데 20㎝짜리만 묻는다. 안 무너진 게 이상할 정도다."
배수로가 중요한가.
"평지냐, 산비탈이냐와 상관없다. 원지형 상태에서 설치 공사를 하면 배수로가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하지만 땅을 깎거나 흙을 쌓고 공사를 하면 배수로가 중요하다."
지난달 3일 태풍 '쁘라삐룬'으로 경북 청도군의 한 태양광 발전 시설 지역에서 산사태가 나고 패널이 무너졌는데.
"두 가지 문제가 중복된 것 같다. (지형이나 지질 등) 전체 분석을 못하고 배수 계획을 잡은 것 같다. 배수로를 좀 더 설치했어야 한다. (배수로) 열 가닥을 설치해야 하는데 다섯 가닥만 설치한 상황이었다. 또 콘크리트 기초가 너무 약했다. 예를 들어 (가로) 1m에 (세로) 2m 정도를 쳐야 하는데, 1m에 50cm만 치는 식이다. 토목은 감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확한 계산을 하고 거기에 맞게 설계를 해야 하는데 (청도 사고는) 제 견지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태풍 '솔릭'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24일 오후 경북 포항시에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뉴스1]

태풍 '솔릭'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24일 오후 경북 포항시에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뉴스1]

태양광 설치 비용은 어떻게 계산하나.
"보통은 킬로와트(kW)당 계산한다. 땅에 하는 걸 '지상형', 건물에 하는 걸 '지붕형'이라고 한다. 지상형은 킬로와트당 160만원(설치비 포함)이다. 지붕형은 200만원 정도다. 지붕형이 더 비싼 이유는 건물에 보강을 해야 해서다. 건물이 무지하게 튼튼하게 지어졌다면 보강할 것 없이 그 위에 태양광을 올려도 된다. 지상형과 지붕형의 비율은 정책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 2015년까지는 지붕형을 많이 썼는데 2016년 이후 올해까지는 지상형이 더 많다. 감으로 보면 지상형이 60~70% 될 것 같다."
패널 크기에 따라 전력량이 다른가.
"(전력량을) 100kW 할 거냐, 200kW로 할 거냐에 따라 설치 면적이 달라진다. 패널은 아까 말씀대로 95% 이상 똑같다. 대신 회사(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마다 태양광 효율이 다르다. 태양은 똑같이 비추는데 어떤 회사 제품은 18%가 나오고, 어떤 회사는 17.5%가 나온다. 모듈(패널)의 가격은 그 효율에 좌지우지된다. 효율이 높으면 가격이 비싸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태풍 '솔릭' 대처 상황 점검 회의를 위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태풍 '솔릭' 대처 상황 점검 회의를 위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전력 생산량은 장소에 따라 다른가.
"지도를 펴놓고 보면 (전남) 신안 쪽이 해 떠 있는 시간이 길어 일사량이 많다. 강원도보다 당연히 좋다. 그 다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패널이) 반도체다 보니 냉각 효과가 좋은 고지대가 (전력량이) 좋고, 저지대는 안 좋다."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업체는 어디인가.
"국산은 한화가 제일 많다. 현대중공업, LS산전, 신성이엔지, 한솔 등이다. 국내에선 50% 이상 중국산을 쓴다. 세계적으로 (태양광 모듈) 1위부터 10위까지 있으면 8~9개가 중국 제품이다. 캐나디안솔라가 있고, 잉니, 아스트론에너지 등 무척 많다."  
국내에서 태양광 시공하는 업체는 얼마나 되나.
"전기공사 업체는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된다. 300개 이상 될 거다."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송계리 참살이건강마을센터 앞에서 주민들이 송계리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궐기 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송계리 참살이건강마을센터 앞에서 주민들이 송계리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궐기 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요즘 태양광에 관심이 많다. 주의 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두 가지다. 개발행위 및 발전 허가, 개통 연계(한전), 민원까지 잘 돼 있는지 봐야 한다. 둘째는 그 회사가 시공 및 설계 능력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이) 바람에 날아가는 건 설계 기준에 맞게 공사하지 않아서다. 이걸 걸러주는 게 공무원인데, 공무원이 실력이 없다기보다 (인력의 한계로) 그것을 다 볼 수 없다. 애시당초 시공 또는 설계업자가 그 정도의 커리어나 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시공 실적을 보고, (현장을) 서너 군데 직접 둘러보고 회사를 평가하는 게 제일 좋다."
고객이 원하면 어떤 장소든 태양광 시설을 세팅해 주나.
"보통은 어디에 (설치)하고 싶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시공사가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땅에 설계해서 분양을 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9일 태양광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금융권과 협약을 맺고 정책금융 상품을 마련했다. 이인호 산자부 차관(왼쪽 넷째)과 6개 제1금융권 은행 및 신용보증기금,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들이 '에너지신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업무협약식'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9월 19일 태양광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금융권과 협약을 맺고 정책금융 상품을 마련했다. 이인호 산자부 차관(왼쪽 넷째)과 6개 제1금융권 은행 및 신용보증기금,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들이 '에너지신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업무협약식'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아쉬운 점은 없나.
"정부 부처마다 농림부 입장 다르고, 산업부 입장이 다르다. 이 때문에 시공하는 사람들은 살려고 편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정책과 규제가 그물망처럼 있기 때문에 일을 하려면 한 방향으로 갈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강행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부에서 한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 풍력(발전)이 올해 두 건이라고 들었다. 정부가 장려를 하지만 현실에선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규제를 해도 좋고, 풀어 줘도 좋지만, 지금은 중구난방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설치한 전남 신안군 증도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설치한 전남 신안군 증도 태양광발전소 전경. [사진 한국지역난방공사]

"2030년 전체 전기의 20%를 신재생으로 채우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전국 방방곡곡이 태양광 패널 덮이는 곳이 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 지역 태양광시설 허가 면적은 2010년 30㏊에서 지난해 1431㏊로 48배 급증했다. 소금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도 '태양광 열풍'으로 염전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다. 농도(農道)인 전북도 태양광발전 사업 신청 건수(100kW이상)가 2015년 416건에서 2017년 2661건으로 3년 새 6배 이상 늘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한국전력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태양광 발전에 지급한 보조금은 1조573억원으로 전년보다 1156억원(12.2%) 늘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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