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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 ‘예멘 난민’ 페북엔 총 든 사진도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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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호 01면

[SUNDAY 탐사] 시험대 오른 난민 심사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1951년 체결)에는 난민을 이렇게 정의한다.

페이스북에 ‘제주’ 표기 50명 검증 #총 든 사진 5명, 마약하는 사진 6명 #14명은 무장세력 지지 게시물 올려 #전체 난민 신청자 올해만 1만 명 #심사 기준·방법은 걸음마 단계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것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위험을 갖기 때문에 국적국 외에 있는 자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 또는 그러한 공포를 갖기 때문에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바라지 않는 자.”

올 들어 제주도에 상륙한 561명의 예멘인은 한국 사회에 난민 수용 찬반 논란을 불렀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과 온정주의적 수용론이 평행선처럼 맞섰다. 중요한 건 올바른 난민 정책이 ‘팩트(Fact·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SUNDAY는 국제 리스크 컨설팅 업체 리직스(대표 민웅기)와 함께 제주도에 체류 중인 예멘인들의 페이스북을 표본 조사했다. 스스로 올린 게시물들을 통해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한국이란 낯선 땅을 선택했는지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다. 리직스는 해외의 특정 인물이나 기업의 정치·법률적 리스크 분석(due diligence)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국적을 ‘예멘’, 현재 체류지를 ‘제주’라고 표시한 이들 중에서 50명을 추출했다. 제주 현지에서 명단을 검증한 결과 이들 중 38명(76.0%)이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2명(24.0%)은 최근 포스팅한 사진의 배경 등으로 볼 때 제주 체류가 유력하지만 가명·애칭 등을 사용해 제주 체류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웠다.

제주에 있다고 밝힌 예멘인들의 페이스북에서 포착된 포스팅들. (왼쪽부터)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무슬림 형제단' 상징물과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사진. 총기를 소지한 사진. 예멘 쿠데타 일으킨 후티 반군 수교자를 추모하는 사진. 무장투쟁 벌이는 남부 예멘 사회주의 분리 독립 휘장 사진. 식물성 마약류 '카트' 섭취 추정 사진.

제주에 있다고 밝힌 예멘인들의 페이스북에서 포착된 포스팅들. (왼쪽부터)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무슬림 형제단' 상징물과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사진. 총기를 소지한 사진. 예멘 쿠데타 일으킨 후티 반군 수교자를 추모하는 사진. 무장투쟁 벌이는 남부 예멘 사회주의 분리 독립 휘장 사진. 식물성 마약류 '카트' 섭취 추정 사진.

페이스북 분석 결과 50명 중 18명의 페이지에서 총기를 휴대하거나 카트(국제적으론 금지돼 있지만 예멘에선 합법인 마약)를 복용하는 본인 사진, 또는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게시물을 발견했다. 18명을 분류하면 총기를 휴대한 사진이 5명, 카트 섭취 사진이 6명, 무장세력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내건 사람이 14명(중복 있음)이었다. 예멘에선 SNS 검열이 심해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게시글만으로도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제주 시내에서 만난 무함마드(28·가명)는 “정부 검열이 심해 보통은 페이스북에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절대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에 특정 단체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건 심상한 일이 아니다.

민웅기 리직스 대표는 “제주 체류 예멘인이 과거에 총기를 휴대했었다는 것만으로 난민 불인정 사유가 될 순 없겠지만 갈등 상황을 사적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한 인물은 아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과연 한국에서 갈등·분노를 경험할 때 국내 사법 절차에 따를 의지가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난민법을 첫 도입(2013년 시행)한 데다 무사증 제도를 택하고 있는 한국은 최근 난민신청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자리가 있다는 정보가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다. 예멘에 뒤이어 이집트·인도·중국 등에서 신청자들이 몰리며 올해 1~7월 난민신청자가 1만 명(1만638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994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7개월 만인데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난민 심사 기준과 방법을 마련하는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월에 입국한 예멘인들에 대한 심사도 6월에야 시작됐다.

법무부 난민과 소속의 한 관계자는 “제주에 체류하고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선 정보 당국이 테러 연계 혐의가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며 “총기를 보유했거나 특정 인물 또는 단체에 지지 성향을 보인 신청자에 대해서는 그 사유 및 경위 등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난민 심사 과정에서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폐쇄한 심사 대상자들에 대해선 심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종합해 난민 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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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deeper@joongang.co.kr

※난민신청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실명, 자세한 거주지,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난민법은 난민신청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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