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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없이 수요 억누른 8·2 부동산 대책 반쪽짜리 성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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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호 14면

[SPECIAL REPORT- 부동산 정책을 해부한다] 전문가 10인 분석

“서울 집값은 중장기적으로 더 오르거나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강보합세 #중장기적으로 더 오를 가능성 커 #헬리오시티 1만 가구 입주 땐 조정 #규제 비웃는 시장 #매물 귀해 작은 호재에도 집값 들썩 #한강변·강남 아파트 공급 늘려야 #앞으로 주요 변수 #기준금리 오르면 부동산 가격 상승 #과거처럼 수요 증가하는 건 한계 #투자 전략 어떻게 #10명 중 7명 “강남·한강변 지역 #여유자금 있으면 지금이라도 투자”

부동산 전문가 10명의 대체적인 주택시장 전망이다. 이들 중 한 명만이 “하반기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보유세 개편안 등 추가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가 1년 넘게 집값 안정화에 나섰지만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은 들썩인다. 부동산 이상 현상에 투자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앙SUNDAY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주택 시장을 점검하고 투자전략도 살펴봤다.

강원·거제 등 지방은 침체돼 양극화 심화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는 더 두드러질 것이다. 빈집이 늘어나는 지방과 달리 서울은 정부 규제로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 센터 PB팀장은 “서울은 여전히 새집을 살 잠재수요가 있지만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4~5년 후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기존 주택 시장도 양도세 중과로 매물이 마르긴 마찬가지다. 올해 4월부터 2채 이상의 다주택자가 서울을 포함한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면 최대 60% 세금을 낸다. 상당수가 4월 이전에 주택을 정리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임대주택은 적어도 8년 이상 운영해야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당분간 매물로 나오긴 어렵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서울은 지속적으로 오르다가 정체되겠지만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는 강원도와 거제·울산 등 일부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10년 주기설’을 근거로 2013년부터 가격이 오른 집값은 올해 하반기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집값은 5~6년 상승한 뒤 4~5년 하락하는 움직임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연말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 1만 가구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인근 잠실동·개포동을 시작으로 가격이 급등한 서울 아파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에도 서울 잠실주공 1~4단지와 잠실시영 아파트에 2만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며 인근의 집값을 차례로 떨어뜨렸다. 헬리오시티가 과거처럼 집값 정점을 찍을 ‘입주폭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1년간 쏟아낸 정부의 대책은 시장에 제대로 작동했을까. 상당수가 8·2 부동산 대책을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라고 평가한다.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매물 부족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한두 건 거래되거나 작은 호재만 등장해도 시장이 들썩인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요를 분산하든지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수요만 억누르면 부동산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온갖 규제에도 시세 차익이 가능한 새 단지에 청약자들이 몰리는 현상도 부동산 이상 징후 중 하나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 팀장 역시 “더욱이 요즘 투자자들은 ‘정부 정책과 시장은 거꾸로 움직인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강력한 대책이 나와도 투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며 “부작용까지 고려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가치 큰 ‘똘똘한 한 채’ 선호 확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문가 10명 중 절반이 공급량 확대를 현재 부동산 문제를 풀어낼 대책으로 꼽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공급 없는 수요 억제로 효과를 거둔 적이 없다”며 “오히려 공급이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원장은 “특히 입지·교육·편의시설 등이 뛰어나 수요가 많은 한강변과 강남지역에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당장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면 수요 분산정책을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09년 1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약 17만 가구까지 늘었다. 건설사들이 규제를 피해 1년 전에 공급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는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세 5년간 면제, 취·등록세 50%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해 해결했다. 권 교수는 “비슷한 방식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대신 수도권에 세제 혜택을 준다면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마다 정책이 바뀌지 않고 적어도 10년을 내다보고 인구구조·주택수급에에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심교언 교수는 “임시방편적인 규제보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급불균형만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동산 시장을 흔들 주요 변수로 봤다. 미국이 2015년 이후 정책금리를 꾸준하게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내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연내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빚내서 집을 산 가계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집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부동산시장 주요이슈와 시사점’에 따르면 과거 2005년과 2010년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 부동산 가격은 상당기간 상승세를 그렸다. 특히 2005년 1차 인상기엔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와 맞물렸음에도 서울 집값은 올랐다. 당시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을 경제회복 신호로 받아들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다만 현재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수출이 줄고 경기회복세가 둔화돼 과거처럼 부동산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예측했다.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짜는 게 유리할까.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10명 중 7명은 풍부한 여유자금을 갖고 있다면 “지금 투자에 나서겠다”고 응답했다. 주거 만족도가 크고 유효수요가 많은 서울 한강변과 강남권 단지는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블루칩’이 될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가 늘면서 미래가치가 큰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재건축 사업 가능성이 큰 서울 강남구와 한강변 단지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 역시 “강남은 끊임없는 대기수요가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 단지나 재개발 가능성이 큰 지역에 소규모 주택을 매입하는 게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도시엔 주택을 지을 땅이 부족한데도 수도권엔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릴 만큼 집중돼 도심 위주의 투자를 검토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지날 것으로 보는 고종완 원장은 “하반기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1~2년 후 주거선호지역보다 시세가 하락한 중소형 분양아파트나 급매물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 종로·동대문·동작·중구 투기지역 지정 검토

서울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에선 이미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전체 25개 구 가운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포·용산·성동·노원·양천·영등포·강서구 11개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 주택담보대출은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되고 주택을 팔 때 양도세율이 10%포인트 가산된다. 투기지역은 전월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30%이상 높아야 한다. 이중 직전 2개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이상 높거나 직전 1년간 상승률이 직전 3년간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경우가 검토대상이다. 올들어 가격이 급등한 종로구·중구·동대문구·동작구 등이 유력한 후보지다. 정부는 단속도 강화한다. 부동산 거래 관련 편법 증여 등 세금 탈루 조사와 함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같은 대출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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